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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야 원하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을까]

멈춤 속에서 드러나는 욕구와 선택의 순간

by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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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태어나고 나니 정말 많은 선물을 받았다. 유모차와 침대 같은 생활 필수품부터 책과 장난감까지, 덕분에 살림살이가 한결 풍족해졌다. 그런데 누구도 “언제부터 어떤 장난감을 쓰라”는 지침을 주지 않았음에도, 나는 자연스레 시기별로 전문가들이 권하는 장난감이나 책을 아이 손에 쥐여주고 있었다. 감각 발달을 돕기 위해서라지만, 동시에 내가 좋다고 믿는 것을 아이에게 강요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곤 한다.


그때 우연히 본 한 영상에서 “아이도 심심해야 자기가 원하는 것을 찾는다”는 말을 듣고 크게 놀랐다. 우리는 지금 넘쳐나는 정보와 자극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아이들 또한 그 흐름 속에 놓여 있다. 하지만 어쩌면 심심함이야말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 발견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일지 모른다.


돌아보면 나 역시 직업을 찾을 때, 수많은 일을 억지로 시도하기보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일까’라는 물음을 던지는 시간이 더 의미 있었다. 쉼 없이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것보다, 멈춰 서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이야말로 내 안에서 욕구와 방향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때였다.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마찬가지다. 무엇이든 해 보라는 조급한 충고보다,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려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심심함은 공허가 아니라, 욕구와 창조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것 같다.

#심심함의미학 #내면의소리 #욕구와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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