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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스스로 무엇을 하는 사람이라 말하는가]

과거의 길드에서 미래의 직업 분류 체계로

by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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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티첼리가 화가임에도 불구하고 의사·약사와 같은 길드에 속해 있었다는 사실은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약초와 향신료, 광물 등을 섞어 약을 만들고 안료를 제조하는 기술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화가와 약제사, 의사가 재료와 기술을 공유하며 같은 범주로 묶였던 것이다. 오늘날의 직업 구분 기준으로 보면 이질적으로 느껴지지만, 당시에는 지식과 기술의 교차점이 직업의 경계를 결정했다.


이 이야기를 곱씹다 보면, 과연 지금의 직업 구분이 앞으로도 유효할까라는 질문에 닿게 된다. 직업은 분명 특정한 전문성과 역할을 중심으로 구분되어 왔고, 사회는 이를 기준으로 직업의 카테고리를 설정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한 사람이 하나의 직업만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온전히 대변하는 시대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다양한 일을 병행하고, 직업적 정체성 역시 복합적으로 형성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과거의 길드가 재료와 지식의 공통점으로 묶였다면, 앞으로의 직업 분류는 전혀 다른 축을 기준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기술의 발전, 산업 간 융합, 개인의 다중 역할이 자연스러워지는 사회에서는 직업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새로운 형태의 분류 체계가 등장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속한 직업은 어떤 대분류에 위치해 있으며, 앞으로는 어떤 분류 체계 안에서 재정의될 것인가. 이는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미래의 정체성과 역할을 가늠하는 중요한 질문이 될 수 있다. 직업의 경계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재편된다는 점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위치를 능동적으로 점검하고 확장해 나가야 한다.


#직업의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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