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존재에게 전하는 진심의 방식
친한 친구에게 배운 중요한 태도가 있다. 불현듯 떠오른 삶의 주제나 질문에 즉시 답을 내지 않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깊이 고민하고 상대의 입장을 헤아린 뒤에야 답을 건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말을 늦추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주제에 대해 사고의 시간을 갖는 연습이자, 상대에 대한 배려와 공감의 표현이었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이런 ‘심사숙고의 시간’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대화가 가벼워지고, 의견이 빠르게 오가면서 충분히 생각하고 답하는 시간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정말 소중히 여기는 분과 대화를 나누던 중, 채팅창에 ‘점 3개(typing 중)’가 오랫동안 깜빡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순간, 상대가 진심을 담아 신중하게 답하려고 고민하는 그 마음과 시간이 고스란히 전달되었고, 그 자체가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요즘은 이런 점 3개를 보기 어려운 시대다. 기다리는 것도 쉽지 않고, 나 역시 상대방을 오래 기다리게 하는 것에 마음의 부담을 느낀다. 그래서 가끔은 메모장에 답을 정리해 두었다가 복사해 붙여넣는 방식으로 답하기도 한다. 조금 번거롭고 상대에 따라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과정이지만, 이 대화에서는 그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졌다. 단순한 메시지 주고받음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교류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결국 이는 한 사람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얼마나 충분히 공감하고자 하는가의 문제다. 70억 인구 중 한 명으로서가 아니라, ‘특별한 존재와 특별한 존재가 만나는 순간’을 만들어가기 위한 태도다. 상대방에게 의견을 심사숙고해서 전한다는 것은 단순한 신중함을 넘어, 관계를 진심으로 대하는 방식이다. 항상 그 태도를 몸소 보여준 형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
#심사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