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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醜, Ugliness)가 미학의 일부가 된 과정>

by 김도형

미학은 전통적으로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학문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시대가 흐르면서 미의 기준이 확장되었고, 이에 따라 '추(醜)' 역시 미학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고대 철학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미학을 조화, 균형, 비례, 숭고와 같은 개념을 중심으로 사고했다. 그들에게 있어 미는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질서를 따르는 것이었다.


그러나 18세기에 이르러, 임마누엘 칸트는 미적 경험 속에서 '숭고'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그는 단순히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자연의 웅장함, 공포, 경외심과 같은 압도적인 감정 또한 미학의 영역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보았다.


19세기에 접어들며 낭만주의와 사실주의가 등장하면서 미의 개념은 더욱 확장되었다. 낭만주의는 괴기스러움과 기괴함, 불완전함 속에서도 미적 가치를 찾았으며, 전통적인 아름다움에서 벗어나 강렬한 감정과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이 등장했다. 한편, 사실주의는 인간의 삶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면서 '추한 현실' 또한 예술의 일부로 포용했다.


20세기 이후, 추함은 본격적으로 독립된 미적 개념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에곤 실레와 프란시스 베이컨과 같은 작가들은 왜곡된 형태를 통해 인간의 내면에 자리한 불안과 감정을 표현하며, 추한 것 또한 강렬한 미적 경험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포스트모더니즘에 이르러서는 기존의 미적 기준이 해체되면서, 아름다움과 추함의 경계 자체가 모호해지고, 추한 것 또한 하나의 예술로 인정받게 되었다.


결국, 추함이 미학의 일부로 편입된 과정은 칸트의 '숭고' 개념이 미학의 범위를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고, 낭만주의와 사실주의를 거치며 추한 현실 또한 예술로 인정되었으며, 표현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을 통해 기존 미의 기준이 해체되면서 이루어진 것이다. 이제 미학은 단순한 아름다움만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강렬한 감정과 인간 경험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진화했다.


#추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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