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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 주택과 기성 예술의 상관관계>

by 김도형

유현준 교수는 한국의 아파트를 화폐에 비유하며, 모두가 똑같이 생겼기에 시장가치를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특별하고 다르길 바라는 각 개인의 DNA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주거 기준은 자발적인 통일성과 획일화된 일관성을 선택했다.


나는 이러한 선택으로 탄생한 건물들을 기성 주택이라 생각한다. 옷에서 기성복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최대한 많은 사람의 특징을 표준화하여 중간 지점을 찾고 규격화한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기성복은 어딘가 고만고만하다는 느낌을 준다.


기성 주택도 마찬가지다. 표현을 조금 과하게 하자면, 정말 다양한 주거 형태가 존재하지만, 우연히 타인의 집에서 술에 취해 잠들었다 일어나도 화장실과 주방의 위치는 쉽게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하다.


나는 ‘기성’이라는 단어를 싫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익숙해지고 관대해진 이 획일화기성 예술을 탄생시키지 않을까 걱정된다.


모든 예술은 현시대 인간의 삶에서 주제와 표현이 구현된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우리가 동시대적으로 겪고 있는 고민과 철학은 큰 틀에서 주거 환경을 결정짓고, 그 다양성은 패션, 음악, 미술과 같은 예술 분야에서 세분화되어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변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미술의 경우, 이러한 변화가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이유로, 어느 순간 갑작스레 너무 많은 것이 바뀌어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 당장 집을 전부 뜯어 고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이렇게 획일화를 선택하게 된 우리의 잠재적 무의식이나 그 원인이 예술에서도 다양성을 해치지 않을까 우려되서 하는 말이다. 이런 생각들이 너무 피곤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나는 외부에서 유입되는 정보를 선별할수 있는 수련을 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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