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교향곡 7번이 연주되는 도중 콘서트홀이 화재에 휩싸였다 해도, 그 작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 장 폴 사르트르
예술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 중 하나는 영원함을 부여하는 데 있는 것 같다.
특히 음악은 더 이상 순간적인 경험으로만 머무르지 않는다. 연주는 끝나고 소리는 사라지지만, 음악이라는 작품 자체는 시간 속에 남는다. 이처럼 축적 가능한 예술적 가치들을 때로는 ‘미적 자본(aesthetic capital)’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요즘에는 더 친숙한 말로 ‘레퍼토리(repertory)’라는 표현을 쓴다.
우리가 흔히 ‘뻔한 레퍼토리’라고 말하며 진부하게 여기는 그 단어 속에, 실은 시간과 기억을 축적하는 예술의 본질적 의미가 숨어 있다는 점을 새삼 떠올려볼 만하다.
음악과 미술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영원성을 확보한다. 음악은 작곡가의 악보가 수많은 연주자와 지휘자의 해석을 거치며 살아남고, 미술은 작가가 완성한 작품이 시간의 흔적을 머금으며 변화한다. 그림에 생기는 균열, 변색되는 물감조차도 작품 안에 시간이 스며드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예술의 가치는 우리 기억 속에 오래 남아 존재하는 데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예술가들이 그 ‘영원함’을 꿈꾸고 있다. 때로 예술가들은 마치 시간을 작품 안에 붙잡아두려는 위대한 마법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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