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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생명에게 주고 싶은 것]

by 김도형

세상에 태어난 지 40일이 갓 넘었다. 탄생에 대한 감정이 너무 깊은 건지도 모르겠지만, 생명이 세상에 나와 한 달을 살아내는 시간은 너무 짧으면서도 놀라울 만큼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아이는 자신의 몸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배우고, 엄마 뱃속에서 익힌 생존의 방식을 세상의 방식으로 다시 적응해나가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직 눈도 제대로 보이지 않고, 그저 먹고 소화하는 데 집중하던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흑백과 뿌옇게 흐려진 세상이 조금씩 보이고 만져지고 들리기 시작한다.


우주의 한가운데에서 혼자 새로 시작하는 생명체의 기분이란 얼마나 무섭고 두려울까. 그래서 이 세상과의 첫 만남이 울음으로 시작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신체의 모든 감각이 제 기능을 하기 시작하면, 너무나 많은 자극과 정보가 갑작스럽게 한꺼번에 밀려든다. 몸은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속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그 과정에서 오는 고통이 자극인지 성장통인지조차 분간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하나씩 초점을 맞춰가는 동안, 세상이 얼마나 무겁게 다가올지 생각하게 된다.


아이가 잘 때는 한없이 사랑스럽지만, 울 때는 어찌나 애처로운지 모른다. 해결해줄 수 없는 울음, 의도와 의미를 알 수 없는 울음 앞에서는 나 자신에게조차 화가 날 만큼 무력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아이가 생겼다는 것은 내게 너무나 큰 감사이자 완전히 새로운 시선을 선물한다. 무언가를 습득하고 갖고 싶은 마음보다, 진심으로 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진다. 알고 있던 세상의 모든 것들을 이제는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다시 바라보게 되었고, 제대로 전해주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우리 아이가 세상에서 더 멋진 것들을 보고, 경험하고, 맛보고, 듣고, 단순히 좋고 나쁨을 나누는 세상이 아니라 넓고 광활하고 경탄할 만한 세상을 느끼며 살았으면 좋겠다. 요즘 나는 내가 살아오며 배운 모든 것들을 다시 새롭게 바라보게 되면서, 오히려 더 많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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