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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무조건적인 인상의 문제점과 예술계 해결방안]

by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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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은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생계 수준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안전장치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산업 구조상, 특히 예술계와 같은 창작 기반 산업에서 최저임금의 일률적인 인상은 또 다른 불균형을 낳고 있다. 자영업자와 영세 사업자의 비율이 높은 한국 사회에서, 인건비의 급격한 상승은 고용 축소나 구조 조정으로 이어지기 쉬우며, 특히 수익 구조가 불안정한 예술 기업에서는 치명적인 압박이 된다.


예술계에서는 매년 많은 신입 인력이 쏟아져 나오지만, 실제 산업에서 요구하는 인력의 수는 극히 제한적이다. 패션, 디자인, 콘텐츠 산업 등은 개인 브랜드나 소규모 스튜디오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인건비 지급 능력이 충분치 않다. 더욱이, 예술의 특성상 ‘성과 기반’의 업무가 많고 실습 중심의 훈련 기간이 요구되기에, 단순히 최저임금을 적용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오히려 일정 분야에서는 숙련도가 낮은 신입이 전문직 종사자보다 더 높은 시급을 받는 역설적인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많은 예술기업들은 인턴십, 도제 시스템, 프리랜서 계약 등을 활용해 인건비를 유연하게 조정하려 하지만, 이는 법적 모호성과 착취 논란을 동반한다. 결국 양질의 인력을 적정한 비용으로 고용하기도, 정당한 노동을 제대로 보상하기도 어려운 딜레마에 빠져 있다. 특히 예술계는 시장성 확보 이전에 공공성과 창의성이 전제되어야 하는 분야이기에, 단순한 시장 논리만으로 해법을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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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더 큰 문제는 현업과 교육 사이의 단절이다. 실무 역량을 갖춘 교육자가 부족하고, 학교 커리큘럼은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환경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졸업 후 실무에 투입되기 어려운 인재가 양산되고 있으며, 이는 곧 고용 불일치와 저생산성으로 이어진다. 현업 종사자들이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유도하고, 학교와 기업이 공동으로 ‘실질적인 훈련 플랫폼’을 설계하여야 한다. 단순한 제휴나 외형적 협업이 아닌, 교육 내용과 실제 업무 간의 정합성을 중심에 둔 협력 구조가 필수적이다.


예술계는 공정한 기회를 바탕으로 취향과 창의성이 존중받을 수 있는 생태계를 지향해야 한다. 단순한 생존의 조건으로서의 최저임금이 아니라, 각자의 분야에서 정당한 대우와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정책적 유연성과 산업 구조 개편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최저임금이 ‘기준’이 아니라 ‘한계’로 작동하지 않도록, 예술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고용 모델과 지원 시스템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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