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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가 있는 사람]

by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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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와 다양한 디지털 매체가 발전하면서 누구든지 쉽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표현의 방식도 점점 더 다양해지고, 속도 또한 빠르다. 그런데 동시에, 현실의 나보다 이상적인 모습을 투영한 분신 같은 자아를 만들어내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개성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SNS의 큰 장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만큼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흐려지는 문제도 생겼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단점이나 불편한 모습은 감추고, 예쁘고 멋져 보이는 이미지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스스로에 대한 ‘실체’가 불분명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요즘 우리는 SNS를 통해 누군가를 빠르게 판단하거나 이해하려 한다. 실제로 SNS는 개인의 역량이나 브랜딩을 보여주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속에는 점점 더 실체와 다른 모습, 심지어 능력이나 경험을 도용한 이미지들도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하지 않은 일을 마치 자기 일인 것처럼 꾸미고, 자신과 맞지 않는 것들을 마치 자신의 일부처럼 포장하는 사람들.


말 그대로, 실체가 없는 사람들이다.


이런 모습은 결국,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기 어려운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멋지고 예쁘게 보이고 싶어 한다. 하지만 끊임없이 비교하게 만드는 사회 구조, 특히 한국처럼 경쟁과 비교가 일상화된 사회에서는, 자신의 본모습과 이상 사이의 괴리가 점점 더 커지게 된다. 그 틈에서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때때로 잔인할 만큼 실체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결국 자신의 재능이나 역량은 실제로 증명되어야만 의미가 있다.

나는 현실 세계에서, 몸으로 부대끼며 함께 일하고 교류할 수 있는 실체 있는 사람들과 살아가고 싶다. SNS에서 아바타처럼 만들어진 사람이 아니라, 진짜 감정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

실체가 없는 사람은 결국 그 공허함을 스스로 가장 잘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 괴리는 타인보다도 자신에게 더 깊이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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