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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윤 Sep 03. 2020

희망이가 날 떠나려 하네요~

 

 건강은 한 번 잃으면 끝이다. 이 사실을 예전에는 진심으로 몰랐었다. 전이가 안 되었으니 암세포만 제거하고 방사선치료만 잠깐 받으면 그걸로 모든 게 깔끔하게 끝날 줄 알았다. 수술 전엔 새 출발을 해야겠다는 포부에 설레기까지 했던 나는 얼마나 천치였던가.

 

 현재 수술과 방사선 치료의 후유증으로 하체에 ‘림프 부종’이라는 것이 찾아왔다. 암세포는 내 몸을 한 번 스쳐지나간 방문객이었지만 (물론 반갑지 않았던) 림프 부종은 은근 슬쩍 찾아와 자리를 깔고 눌러 사는 놈이라는 사실을 알아 버렸다. 내가 죽을 때까지 말이다. 나는 평생 압박스타킹을 신어야 하고 압박붕대를 감아야 하며 아침저녁으로 전신마사지와 부종관리 운동을 매일같이 몇 시간씩 하고 살아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붓는 부위가 한도 끝도 없이 부어올라 다른 합병증까지 걸릴 위험에 처하게 된다.

  압박스타킹과 붕대를 몸에 달고 여행은 고사하고 어떻게 외출을 하며 어떻게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할까. 평생 집순이로 지내면서 숨쉬기만을 위한 삶을 살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다들 너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냥 평생 관리하며 사는 걸로 생각해라, 습관이 되면 별로 불편하지 않다, 부종은 암 환자들의 숙명이다 등등. 그렇게 말하는 의사와 치료사들의 얼굴을 주먹으로 한 대 치고 싶었다. 이렇게 되려고 그 큰 수술을 받아가며 생존했던 건 아니었는데.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차 안에서 펑펑 울었다. 눈물 때문에 운전하는데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사고가 나, 죽어버려도 그만이지. 그런 심정.. 어찌나 울었는지 집에 와서 거울을 보니 마치 부종이 하체에서 얼굴과 눈으로 올라온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ㅋ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 컸던 포부와 희망은 참 쉽게도 사라진다. 

 전신 림프마사지 20분, 코어운동 20분, 하체 스트레칭 10분하고 나서 압박스타킹을 신고 모니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는 지금, 참..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고. 

 나 이제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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