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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윤 Jan 18. 2021

 오리의 홀로서기1.

  공원에 아기오리형제가 나타났다.

 녹음이 짙어지기 시작하는 5월의 어느 날 나는 그들을 발견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사람들이 수시로 지나다니는 호수공원 쉼터 한 가운데에 뜬금없이 노란 솜털을 가진 새끼 오리 두 마리가 앉아 있었다. 큰 나무 그늘 아래에서 서로의 옆구리를 맞대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새끼 오리들이 마냥 신기해서 한참동안을 바라보았다. 곁에 바짝 다가가도 그들은 나를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귀찮은 듯 나를 흘려보고는 자기의 깃털을 손질하더니 다시 졸기 시작했다.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이 작은 새들은 이후에도 같은 장소에서 종종 눈에 띄었다. 사람들 가까이서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는 이 아이들 덕분에 심심한 일상에 작은 즐거움이 하나 생긴 듯 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새끼 오리들을 마주칠 때 마다 어미는 항상 곁에서 보이지 않았다. 인적이 드문 곳이 아니라서 아기 오리들의 신변이 조금은 걱정스러웠다. 주변에 야생 고양이도 가끔 어슬렁거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그러나 두 달 쯤 후였을까, 다시 만난 그들은 털갈이를 모두 마치고 새하얀 옷으로 갈아입은 어른 오리가 되어 있었다. 다 큰 모양을 보니 어찌된 일인지 야생오리가 아닌 집오리다. 이곳에서 집오리를 본 건 처음인데 어디서 어떤 경로로 왔는지 알 수가 없다. 두 형제는 여전히 사이좋게 나란히 앉아 노을 지는 햇살로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그들과 우리 사이에 펜스가 있기는 했지만 그들은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서 너무 가까운 거리에 앉아 있었다. 오리 형제 곁으로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모이기 시작했다. 유독 하얀 털과 큰 몸집의 오리를 보며 사람들은 나처럼 의아해 했다. 오리야, 거위야? 얘들이 왜 여기에 있지? 야생 오리가 아닌데? 다른 오리처럼 보호색을 띠지 않고 흰색 깃털을 가진 이들은 어디서나 눈에 쉽게 띄었다. 그들은 종종 사람들이 다니는 길 바로 옆에 태연하게 자리를 잡고서는 우리를 놀라게 했다. 멀리서 보면 오리형제는 두 송이의 백합꽃처럼 보였다. 신기하고도 아름다운 이들은 마치 이 호수공원의 작은 스타 같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일까, 어느 날부터 하얀 꽃이 한 송이 밖에 보이지 않았다. 가까이 다가가 확인하고 주변을 살펴봐도 물가에 줄곧 한 마리만 앉아 있다. 며칠 후에도, 또 며칠이 지나도 그 아이는 계속 혼자만 다녔다. 어찌된 일일까. 이상하게도 아이는 인도 옆에 바짝 붙어 있던 예전 모습과는 달리 사람들에게서 멀찍이 떨어져 지냈다. 좋지 않은 상상이 들었다. 한 녀석이 누군가에게 해를 입고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납치를 당한 건가, 오리 탕이 보양식이  된다 생각하고 누군가가 정말 한 아이를 잡아간 건 아닐까, 인간은 도대체 왜 그럴까. 

 한 아이가 실종되어 버리고 난 후 남겨진 아이에 대한 걱정과 짠한 마음에 공원에 갈 때마다 정신없이 흰둥이부터 찾았다. 나는 그 아이에게 흰둥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흰둥이가 시야에 들어오면 나는 나지막이 그 이름을 불렀다. 


 의지하며 지내던 형제가 사라지고 없는데 과연 흰둥이가 혼자 살아갈 수 있을까? 나는 다른 게 아닌 흰둥이의 멘탈이 걱정되었다. 마음의 병은 곧 몸의 병으로 나타날 것이고 (나처럼 말이다.) 흰둥이의 명도 얼마 못 갈 것만 같았다. 이런 생각을 하니 산책하다 흰둥이를 발견하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PS. 나머지 이야기는 다음주에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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