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의 홀로서기1.

공원에 아기오리형제가 나타났다.

by 이라IRA

녹음이 짙어지기 시작하는 5월의 어느 날 나는 그들을 발견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사람들이 수시로 지나다니는 호수공원 쉼터 한 가운데에 뜬금없이 노란 솜털을 가진 새끼 오리 두 마리가 앉아 있었다. 큰 나무 그늘 아래에서 서로의 옆구리를 맞대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새끼 오리들이 마냥 신기해서 한참동안을 바라보았다. 곁에 바짝 다가가도 그들은 나를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귀찮은 듯 나를 흘려보고는 자기의 깃털을 손질하더니 다시 졸기 시작했다.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이 작은 새들은 이후에도 같은 장소에서 종종 눈에 띄었다. 사람들 가까이서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는 이 아이들 덕분에 심심한 일상에 작은 즐거움이 하나 생긴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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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새끼 오리들을 마주칠 때 마다 어미는 항상 곁에서 보이지 않았다. 인적이 드문 곳이 아니라서 아기 오리들의 신변이 조금은 걱정스러웠다. 주변에 야생 고양이도 가끔 어슬렁거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그러나 두 달 쯤 후였을까, 다시 만난 그들은 털갈이를 모두 마치고 새하얀 옷으로 갈아입은 어른 오리가 되어 있었다. 다 큰 모양을 보니 어찌된 일인지 야생오리가 아닌 집오리다. 이곳에서 집오리를 본 건 처음인데 어디서 어떤 경로로 왔는지 알 수가 없다. 두 형제는 여전히 사이좋게 나란히 앉아 노을 지는 햇살로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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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과 우리 사이에 펜스가 있기는 했지만 그들은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서 너무 가까운 거리에 앉아 있었다. 오리 형제 곁으로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모이기 시작했다. 유독 하얀 털과 큰 몸집의 오리를 보며 사람들은 나처럼 의아해 했다. 오리야, 거위야? 얘들이 왜 여기에 있지? 야생 오리가 아닌데? 다른 오리처럼 보호색을 띠지 않고 흰색 깃털을 가진 이들은 어디서나 눈에 쉽게 띄었다. 그들은 종종 사람들이 다니는 길 바로 옆에 태연하게 자리를 잡고서는 우리를 놀라게 했다. 멀리서 보면 오리형제는 두 송이의 백합꽃처럼 보였다. 신기하고도 아름다운 이들은 마치 이 호수공원의 작은 스타 같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일까, 어느 날부터 하얀 꽃이 한 송이 밖에 보이지 않았다. 가까이 다가가 확인하고 주변을 살펴봐도 물가에 줄곧 한 마리만 앉아 있다. 며칠 후에도, 또 며칠이 지나도 그 아이는 계속 혼자만 다녔다. 어찌된 일일까. 이상하게도 아이는 인도 옆에 바짝 붙어 있던 예전 모습과는 달리 사람들에게서 멀찍이 떨어져 지냈다. 좋지 않은 상상이 들었다. 한 녀석이 누군가에게 해를 입고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납치를 당한 건가, 오리 탕이 보양식이 된다 생각하고 누군가가 정말 한 아이를 잡아간 건 아닐까, 인간은 도대체 왜 그럴까.

한 아이가 실종되어 버리고 난 후 남겨진 아이에 대한 걱정과 짠한 마음에 공원에 갈 때마다 정신없이 흰둥이부터 찾았다. 나는 그 아이에게 흰둥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흰둥이가 시야에 들어오면 나는 나지막이 그 이름을 불렀다.


의지하며 지내던 형제가 사라지고 없는데 과연 흰둥이가 혼자 살아갈 수 있을까? 나는 다른 게 아닌 흰둥이의 멘탈이 걱정되었다. 마음의 병은 곧 몸의 병으로 나타날 것이고 (나처럼 말이다.) 흰둥이의 명도 얼마 못 갈 것만 같았다. 이런 생각을 하니 산책하다 흰둥이를 발견하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PS. 나머지 이야기는 다음주에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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