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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윤 Feb 20. 2022

자가격리


  코로나에 확진된 격리자의 생활이 정상인이었을 때의 생활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깨닫고는 나의 일상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열 평 남짓한 작은 집, 이 작은 공간이 외부의 바람을 막아주는 동굴이면서 동시에 자발적으로 문을 걸어 잠가 놓았던 감옥이기도 했던 것이다. 문제는 문제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에 있다는 점이다. 사람이 그립기도 하면서도 여전히 누군가와 대면하고 싶지는 않다. 밖에 나가고 싶으면서도 내 한 몸 안락하게 숨길 수 있는 이 작은 둥지가 또 여전히 좋다. ‘은둔형 외톨이’라고 했던가. 어느새 딱 그 짝이 되어버린 내 모습이 처량하기 짝이 없지만 한편으로는 이대로가 좋기도 한, 양면적인 심리 상태. 심해 저 바닥까지 내려간 작은 물고기가 부드러운 하얀 모래 위에 몸을 붙이고 있다.  배의 지느러미로 모래를  쓸고 다니는 느낌이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해야 하나. 아무렇게나 혼자 지내는 삶도 그럭저럭 지낼 만은 하다. 점점 줄어가는 잔고가 문제이지만. 잔고를 불리기 위해서 발버둥을 치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 한 치 앞도 모르는 불투명한 인생이 처절하게 현실감 있으면서도 때로는 몽롱하게 비현실적이다. 그냥 현재를 살 뿐. 

 

 현재 나는 오미크론에 감염되어 있고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자가격리를 하면서 지내고 있다. 봄이 오기 전 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나 보다. 따뜻한 바람이 불어 올 때 쯤이면 내 마음도 열리기 시작할까. 그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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