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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윤 May 26. 2022

모든 건 그저 운일 뿐이예요.

연서에서 하윤으로.

 “모든 건 그저 운일 뿐이예요.”

 언젠가,이젠 고인이 되어버린 신해철이  자신의 콘서트에서  던졌던 멘트였다. 유명인들 모두 운으로 성공했으니 평범한 우리들이 그걸 너무 부러워할 것도, 그래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할 필요도 없다는, 위로인 듯 위로 아닌 말을 건넸던 기억, 그 땐 그 말을 듣고 그저 웃어넘겼지만 점점 그의 말이 틀린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 놈의 노력이란 걸 아무리 하고, 살려고 발버둥을 쳐도 구겨진 인생이 좀처럼 펴질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태반이니까. 운이라는 건 마치 제비뽑기와 같아서 똑같은 키를 가진 고만고만한 사람들 중 운 좋은 사람이 로또를 독식하는 게 아닐까. 어느덧 내 생각은 이렇게 바뀌어 있었다.     

 

 물론 이 주장을 반박하는 또 다른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는 건 아니다. 와인 에어레이터를 개발하여 아마존 시장에서 성공한 ‘빈토리오’ 대표 민병은은 이렇게 얘기하기도 했다. 우리의 노력이 우리가 만드는 공의 크기라면 운은 그 공을 맞추는 화살이라는 비유 (비유가 매우 창의적이지 않아?), 공이 콩만큼 작은 크기라면 아무리 많은 화살이 날아와도 내가 가진 그 콩알을 맞추기는 힘들 거라는 얘기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는 얘기도 있듯, 아무것도 하지 않고 운을 바라는 일 또한 한심한 짓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살아보니 확실히 운의 비중이 더 크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물론 내가 공의 크기를 최선을 다해 불려놓아야 하는 건 맞지만 화살의 비중이 훨씬 더 크고 훨씬 더 압도적인 것 같다. ‘운7기3’이라고도 하지 않던가. 살면서 내가 설마 암이라도 걸려 대책 없이 무직자가 될 거라고 상상이나 한 적 있었던가? 스스로 내 잘못이 아니니까 괜찮다는 위로라도 건네야 하는 상황에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그냥 운이 나빴던 것뿐이라고.      

 

 그래서 찝찝하고 재수가 없다고 여겨지는 건 모두 버리기로 했다. 이전에 살던 집을 한 차례 이사했고 최근엔 몇 십년간 써 왔던 이름까지 바꾸기로 말이다. 새 이름을 지어준 작명가는 신분증과 은행, 카드사 뿐만 아니라 내가 운영하는 모든 곳에서 바꾼 이름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이름을 바꾼 의미가 있다나. 그러라면 그래야지, 운을 상승시킨다는데 안 할 이유가 있을까.     

 

  지금까지 ‘연서’에서 ‘하윤’으로 브런치 채널명을 바꾼 이유에 대해 말씀드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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