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일곱

by 사포갤러리









전시장에서

안부를 묻다가 어느 화가의 자살소식을 들었다.

사슴은 뛰어가다 멈추고 뒤를 돌아보다가

총에 맞는다고 하지만 사슴처럼 우리에게도

멈추지 않고 뛸 정도로

항상 목표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앞이 안보이면 뒤를 보는 것...그것이

어떤 비극에 연결될지라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얼마나 암담했을지 상상이 갔다.

아마 지금의 나처럼

잠이 오지 않는 새벽에 일어나 작업대에 앉으니 스산한 바람이 불고...

푸는 물감이 엉기듯이 세상 일이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우울한 소리로 조여올 때

그랬지 않았을까?

그렇지만 나는

해가 뜨기를 잘도 기다린다.

그것도 습관이지만 습관도 깜빡할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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