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포갤러리 Jul 28. 2022

서른여덟




Story/Mixed media



'3족을 멸하라!'는 임금의 명령을 받잡고

마지막 씨를 없애려고 군사들이 들이 닥쳤는데

옹주의 볼록한 치마폭에 아기를 숨기고

아무리 찾아도 아기가 없자 군사는

요동도 하지 않는 옹주에게 자리를 옮겨달라 하니

'감히 내게 명령을! 너 아버지께 말씀드려

죽을 줄 알아!'

호통을 쳐서 위기를 모면했는데

그 씨가 너희에게까지 연결되었다는.

믿거나 말거나

어릴 때 아버지께 수십번 들었던 집안의 전설이다.


가끔

그때 삼족을 멸했으면..

.

.

좋았을텐데...

구석에서 울며 생각한 적이 있다.

나는 사랑이 늘 힘들었다.

효도도, 결혼도, 공부도, 우정도.

두번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내게 호의적이지도 않고

끝없이 차가운 결론만 던지는 그림만은

힘든 것이 아니라

힘들어야 당연한, 버릇없는 혹처럼

붙여두고 살았다.

나는 그것을 사는 이유라고 웃지만

그런 무조건적인 사랑이 있기에

그나마 멸하지 못한 씨 하나를

감사하게 생각하곤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서른 일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