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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포갤러리 Aug 24. 2022

마흔아흡




Story/Mixed media





왠지

잘 켜 있던 가로등이 전부 꺼져 있어서

새벽 산책길에

허물 벗으러 나온 뱀을 밟을 뻔 했다.

너무 놀란 다음

떨어진 나뭇가지도 뱀으로 착각해서

또 놀랐다.

낮에 민원을 넣으려고 찾아간 동사무소에선

벼가 꽃이 필 땐 가로등을 끄라는

농부의 민원으로 여름 한 철은 가로등을

꺼두니 조금만 참으라는 대답에

할 수없는 시골살이에 짜증이 났다.


오늘 낮에

키씬의 피아노..

틸레망의 하모니커..

리얼그룹의 하모니,.

스팅과 플라시도 도밍고가 같이 부르는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를 들으며

비 그친 후, 바람 부는 논두렁을 걸으니

'이 가을은 또 어찌 보내야 하나?'

가을이 되면 하게 되는 시작의 고민도

가마득해지며

살아 있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로등이 켜질 때까진

새벽길 산책은 안할 생각이다.

벼꽃이 지고 벼가 알알이 잘 익어 고개를 숙이면

그때 새벽길을 나가 보도록 하자.


아...

플라시도 도밍고와 홍혜경의 <그리운 금강산>을

수십번 들었지만 스팅과의 <아베마리아>도

가을길을 멋지게 만드는 노래다...

잊기 전에 친구에게 메모를 남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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