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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포갤러리 Jul 09. 2023

스물셋




Acrylic  on woodbox





'당신은 5개월정도는 버틸 수 있을 거야.'

그런 선고를 받고 막다른 골목에 몰린 사람에게

'힘내세요!'

그건 빌어먹을, 염장지르는 소리지만

'가서 기다려요. 곧 따라 갈테니.'

그런 소리가 위안이 될 거라고 지껄이지는 마라.

 

곧 8번째가 되는 그의 기일을 앞두고...

믿지 못하거나 실감이 안되었던 아픔이 새록하며

하루세끼가 멀쩡한 인간의 바보같고

몰상식한 섭리들을 떠올리고

나는 어떻게 해야했나?

이제야 차분히 생각해 본다.


단순히 인연이 아니었다...라고 말하면 편하겠지만

그러나 비겁하다 생각되어

나는 그렇게는 말하고 싶지 않다.

매일 홀로

유언장을 넣었다 뺐다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는

내가 죽은 사람보다 더 힘든 것 같고 차라리

내가 묻혔으면..하는 생각도 든다.

지옥은 바로 살아있는 이 세상이 아닐까!

살아 있는 것보다 갈 때 더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현실이 나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사람들은 살아 있기도 힘든데 뭐 그따위 고민을

하고 지랄인지 호강에 받혀 요강에 뭐하는

고민으로 생각들을 한다.


나는 가는 그를 보고

이렇게 말했어야 했다.

'나는 당신을 믿는다.'고.

'존재하지 않아도 믿는다.'고.

그랬으면

남는 나도

떠나는 그도

아무런 회한이 없었을 것 같다.

그렇지만

남은 자에게만 벌렁대는 심장이 존재하므로

끝없이 마음아픔은 피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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