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렬하는 태양의,
그래도 봄날이다. 오늘 나는
이백 여명 신부님들의 모임에 안내를 돕기로 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쏟아져 내리는 독신남들을 바라보면서
문득
결혼할 즈음에 수녀가 될까... 생각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부모님과는 다른 결혼을 할 자신이 없었고
누군가를 의지하거나 보살피거나 할 자신도 없었고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것이 더 많아야 할 자신도 없었고
무엇보다
끊임없이 꾸준히 사랑하거나 사랑받을 자신이 없었다.
돌아보니 나의 정답은 그렇다.
하는 것에 애쓰며
애쓰는 것을 할 필요는 없다.
내부의 어떤 것은 몰입할수록 엉켜서 풀고 나면
다른 쪽이 엉키고 풀고 나면 다른 쪽이 엉키는 것을 반복한다.
60%.
60%만 생각하자.
아니 아니.
생각밖의 40%만 생각하자.
다들 여름이라고 우겨도
나의 봄은 아직 여름보다 뜨거운 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