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떠나고 1년간
그 어디에도 이 조그마한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아직도 올라서지 못한 지금이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것은 사랑과 믿음의 차이였는지도 모르겠다.
사랑은 안 보이면 식는 온도로 희미해져 가는 것 같다.
하지만 믿음은 그렇지 않다.
온전하게 믿는 이를 잃었을 때
그 수렁은 깊이를 알 수 없다.
세상에 볼 수 있는 색깔이 없고 온통 잿빛이며
옷장의 옷들은 전부 까맣게 보였다.
그저 세상은 새싹이 돋고 짙푸르게 자랐다가 빨갛게 외로움을 물들이다 떨어지며
어수선해져 갔다.
눈물은 성숙해져 버렸는지 슬픈 영화나 슬픈 이야기로 인해서가 아니고
밥을 먹다가 잠을 자다가 새를 보다가... 문득문득 가슴속 비명으로부터 시작되곤 했다.
신은 매일매일 내게 욕을 들어야만 했다.
버릇이 되니 욕은 점점 도를 넘어서며 통쾌한 마약처방처럼 되다가
효과가 너무 좋으면 경계하게 되는 것처럼 겁이 나기 시작했다.
그와의 기억이 그리 좋으냐고?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기억은 대부분 대부분의 것들이다.
세월이 오래 지나고 그 세월만큼 옆에서 숨을 쉬다가
이제 그 숨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자체가 믿을 수 없고
단순히 희미해지거나 잊는다는 경험이 아니므로 너무 힘들다.
가끔 같이 걷던 길을 걸을 때
환영처럼 그가 같이 있는 느낌은 들지만.
따뜻하고 큰 손의 기억은 아직 생생하지만
그는 확실히 가고 없다.
이제 뒤를 돌아보지 말자... 다짐한다.
그와 있던 그대로를 비슷하게도 살지 말자... 결심한다.
언젠가 나도 부름을 받아 가버릴 때가 올 때
그때쯤
다시 한 번은 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