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둘

by 사포갤러리


내가 사는 촌동네.

면사무소를 중심으로 중국집이 둘, 통닭집 하나,

파출소, 파장하기 직전의 구멍가게, 직원 셋의 우체국,

마실이라는 이름의 술집이 있다.

뭐니뭐니해도 면사무소는 3층으로 대형규모를 자랑한다.

지난 번 지진으로 단번에 여기저기 금이 가서

부실을 자랑하기도 했지만 냉난방시설에 더운 물이 나오는

화장실은 내게 '어쭈구리'를 연발하게 했다.


나는 그 중에 통닭집을 얘기하려 한다.

통화로는 주문에 있어 이해가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찾아가서 주문하기도 하는데 그날

입구로 들어가니 마침 부부싸움을 하는지

고성에 성냥통과 세숫대야가 날아가고 있었다.

놀라서 주춤하다가 정신을 수습해 나가려는 내게

주인 할아버지가 상냥하게 '어서 오세요'했다.

'주문해도 되나요?'묻기도 전에 받아 적으려고

수첩을 든 할머니.

주문을 알아듣기 쉽게 자세히 몇 번 말하고

나가는 내 뒤통수에는 들어갈 때와 같은 소리가

문밖으로 터져 나오고 있었다.

남의 싸움에 웃어 보기는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후에 알고보니 성당교우분들이셨는데

미사후 할아버지 할머니를 위해 통닭 100마리를

튀겨 오시가도 했다.


참으로 부부라는 사이는

알 수없는 묘한 관계다.

가장 멀고도 가장 가까운,

가장 가깝고도 가장 먼,

개짖는 소리처럼 모호하고 오역되기 쉽지만

새벽의 수탉소리처럼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그래도

마무리는 가장 중요한,

그런 관계.

그렇다면

나는 잘 마무리했는가?

했던가?

최선을 다한 방식이었다고

말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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