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뿌리의 뿌리를 만지듯
그렇게 세세한 시절이 있었건만.
지금은 그 슬픔의 뭉텅이조차 더듬거린다.
그 시절은 그래서 슬펐고
이 시절은 이래서 슬프다.
어느 슬픔이나
몸이 마음을
마음이 몸을
두려워한 결과이니
안슬프려고 웃어 보이는 것은
헐거워진 안경을 자꾸 귀에 거는 것만큼
부질없는 짓이다.
나는
그를 믿은 것이 아니고 그의 생명을 믿은 것일까?
'네가 한 일이 뭐 그렇게 대수로운 일이었냐?'고 말한
그 인간의 대수로운 일은 도대체 뭘까?
뒤돌아보면
나의 정상이 어디였는지
앞을 모르는 것과 같이 짐작을 할 수가 없다.
앞도, 뒤도 보이지 않기에
나는 지금을 산다.
숨쉬는 지금이 최후의 보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