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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포갤러리 Oct 27. 2019

아흔하나







사랑했던 기억도

사랑 받았던 기억도

가마득한 가을날.

무엇때문에 웃었고 무엇때문에 울었던지

기억조차 희미한 가을날.

어두컴컴한 방에 '난 그저 켜도 되게

대기하고 있어요.'라는 컴퓨터의 지시처럼

방향만 있기에 가기 두려워 

미래가 더 암담한 가을날.

느낄 수 있는 온기도

나눠 줄 온기도 덜어내기 힘든 가을날.

밥은 영양의 척도

술은 정신의 척도.

밥은 정신에 불만, 술은 육체에 불만을 주지만

그 어느 것으로 채워도

언제나 빈 공간인 영혼은 놓이지 않는 가을날.




성경책을 끼고 골목길을 돌아서자마자

울었다. ..하지만

골목길을 다시 돌아 나가면

울지 않을 수 있다.

너무 멍청했던

당신과 ...

혼자 감당해야  하는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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