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하나

by 사포갤러리



Life/Watercolor on paper



어릴 때

내 이름이 내게는 존재 가치가 없어 보였는지 엄마한테 내 이름을 고쳐 달라고 졸랐다.

귀찮아진 어머니는

'그래, 뭐라고 고쳐 줄까?'하시니

난 '미나리!'하고 외쳤다.

난 그게 나물 이름인지도 몰랐고

교회 주일학교에서 내 이름을 부를 때

가장 초라해 보여서 몇일을 고심한 결과였다.

어머니는

'그래. 미나리해라. 넌 김 미나리다.'

하고 밖으로 휙 나가셨다.

그러나

아무리 내가 이름을 고쳤다고 사방에 외쳐도

아무도 불러주지 않았다.

단지 썸을 타던 옆집 재성이만 몇번

불러 주었을 뿐...

어색한 그 표정이라니.


그런데 오늘 '미나리' 영화가 온통 시끄러운 것을 보고 참으로 겸연쩍고 쑥스러워졌다.

어린 날의 나는

과연 어떤 희망이나 슬픔을 겪고 있었던 걸까?


아직도 기다림을 제일 싫어하면서도

약속시간에 안갔으면 안갔지 늦은 적이 없었던, 평범한 것을 좋지 않은 것으로 여겼던,

상처를 존재보다 두려워했던,

그 시절의 기억이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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