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둘

by 사포갤러리





20210611_085701.jpg Monochrome/Mixed media





친구가 애써 껍질을 벗기고 해먹으라고 준

머위 줄기를

전해 준 말대로 오래 푹푹 삶다가 건져내어

찬물에 헹군 다음

상태가 안좋은 손으로 꾸우욱 짜고

쌈장에 살살 무쳤다.

나의 쓸쓸하고 쓰잘데없는, 나물 한 가지를 위한

단 한가지 이유는 친구의 성의를 무시하지 않겠다는 것에 심한 각오가 있었다.

그런데 솜씨없는 내 탓인지 맛도 없는 그 나물을

먹으면서 잡다하게 삶의 허무를 같이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 그래. 그랬어. 그랬어. '

나는 그런 긍정이 요즘 싫다.

언젠가의 나는

결코 울지 않을 수 있는,

슬픔의 지조를 만들고 싶다

노력중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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