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변하는거야

드라마 <지속 가능한 사랑입니까?>

by 아트필러

*이 글은 드라마 <지속 가능한 사랑입니까?>의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빼앗겨도 좋은 것이 뭔지 알아?
바로 마음이야.


그 사람의 곁은 빼앗겨도, 그 마음은 빼앗기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여유가 있어야 오래 지속가능한 사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드라마 <지속 가능한 사랑입니까?>는 10개의 에피소드가 아빠와 딸, 가족, 사랑, 연인, 결혼, 이혼 등에 대해 120%의 밀도로 꽉 채워진 작품이다. 하지만 횡설수설하거나 무리하지 않고, 매번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게다가 인물들이 너무나 각자의 매력대로 사랑스러워서 보는 내내 행복했다.


이번에는 드라마의 제목에 대한 나름의 답을 내리기 위해 주인공 쿄카의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감상을 되짚어봤다. 쿄카가 좋아하는 남자, 세이타 그리고 쿄카를 좋아하는 남자, 하야테. 물론 세이타도 쿄카를 좋아하지만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돌싱남이라는 점 때문에 쿄카에게 마음을 드러내고 직진하지 못한다.


ui5uCOlB-DtyokeauEW7bg.jpg 좌측부터 하야테 (이소무라 하야테 분), 세이타 (다나카 케이 분), 쿄카 (우에노 주리 분) ⓒ왓챠


9화를 봤을 때 결국 세이타를 선택한 쿄카가 잘 이해되지 않았다. 하야테는 해외에서 요가 수업을 하는 꿈을 이루게 해 줄 수 있고, 일과 성향도 존중해 주며, 게다가 나를 엄청 좋아하기까지 하는 사람인데! 물론 나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 편이지만, 하야테는 단순히 애정을 넘어서 원하던 삶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지막 편에서 쿄카가 세이타와 요가&카레 가게를 연 것을 보고 뒤통수를 한 대 세게 맞은 것 같았다. 나는 왜 쿄카가 세이타를 선택하면 요가학원 창업과 커리어를 모두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물론 하야테가 제안한 동남아의 근사한 리조트는 아니지만 바다가 보이는 정원에서 하는 요가도 나쁘지 않다. 게다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웃고 있다. 이보다 더 좋은 선택지가 뭐가 있을까? 나 역시 틀에 갇혀서 외적인 조건들만 보고 있었던 것이다. 세이타와 함께라면 아이가 있는 돌싱남과의 지극히 현실적이고 지지부진한 생활만 가득할 거라고 생각했던 나 자신을 반성했다. 이 둘이 창업 강의에서 만났다는 것조차 깜빡 잊고 있었다. 나는 주인공들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하야테와 함께 했더라도 삶이 불행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것 또한 분명하다. 하야테는 다정하고 성숙한 사랑을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건 쿄카에게 다가가고 고백하고 또 이별하는 장면에서 느낄 수 있다. 상대방의 마음에 억지를 부리지 않는 사람은 상대방을 불행하게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마지막 엔딩을 보고 납득했다. 쿄카에게 근사한 삶이란 세이타와 함께하는 삶이겠구나, 지속가능한 사랑은 세이타와의 사랑이겠구나. 두 사람의 사랑은 서로의 삶을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과 사랑하는 사람을 둘 다 포기하지 않고 함께 행복해지는 것을 택했다. 하야테와 쿄카의 관계에서 하야테는 쿄카를 좋아하면서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는 등의 변화를 겪었지만, 쿄카는 그렇지 않았다. 하야테의 제안도 쿄카가 하고 싶은 일을 지금 그대로, 오히려 더 나은 환경에서 할 수 있는 삶이었다. 그 삶에서 쿄카는 변할 필요가 없었다. 서투른 집안일도, 경제적인 어려움도, 창업의 불확실성도 감수할 필요가 없다. 하고 싶은 일만 마음껏 하면서 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세이타와는 다르다. 쿄카는 세이타의 아들 린지로와 함께 새로운 가족으로 살아가야 하고, 가게를 운영하면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쿄카를 변화하게 만든다. 그녀가 다른 세상,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랑은 성장하고 단단해진다. 단순한 애정이 아닌 깊은 이해와 신뢰가 쌓인 사랑이 된다. 수많은 고난과 역경 사이에서 같이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사랑을 가능하게 한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는 영화 <봄날은 간다>의 명대사도 있지만, 사실 지속가능한 사랑은 변하는 사랑이다. 변하지 않는 사랑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아이러니. 애정뿐인 사랑은 아마 금세 질려버릴 것이다. 고여있는 사랑은 함께 할 수 없다.


이 드라마를 애정하는 또 다른 이유는 서로 다른 마음의 부딪힘을 대사가 아닌 침묵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서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는 알지만, 굳이 이야기하지 않는다. (마지막 엔딩에서도 극적인 음악이 나오기 전 모든 배경 음악이 멈춘다. 엔딩 장면의 충격, 설렘, 놀람이 현실적인 타격감으로 전해진다.)


다음은 내가 애정하는 드라마 속 침묵의 순간들이다.


쿄카와 세이타

screencapture-watcha-watch-eqjw9yR-2023-07-23-11_13_19.png <지속 가능한 사랑입니까?> 3화 중


아버지로서의 세이타를 응원하는 쿄카의 마음과 용기와 욕심을 내서 고백하려는 세이타의 마음이 엇갈린다. 각자의 진심과 하고 싶은 말을 삼킨다. 하지만 두 사람은 기쁘게 헤어진다. 성급한 고백으로 관계를 망치는 '급발진 고백'이라는 말이 있다. 반대로 침묵은 적당한 브레이크가 되어준다. 지금 말해버리면 내 마음은 후련해질지 몰라도 상대와 나에게 최적의 순간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 사람의 마음을 먼저 생각하고, 가슴앓이를 좀 더 한다고 해도 기꺼이 그것을 받아들이고 다음으로 마음을 전할 순간을 미루는 것. 그것은 회피나 용기 부족이 아니다. 오히려 나의 마음과 상대방의 마음을 비교하거나 재지 않고, 있는 그대로 기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쿄카와 하야테

screencapture-watcha-watch-e7VdEGa-2023-07-23-10_59_23.png <지속가능한 사랑입니까?> 4화 중


늦은 저녁, 소파에서 이야기하는 두 사람. 쿄카의 응원하는 마음과 하야테의 좋아하는 마음이 겹친다. 교카는 하야테 앞에서 괜찮은 척할 필요도, 긴장할 필요도 없다. 복잡한 생각도 걱정도 없이 나른하게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하야테는 모든 순간 심장이 터질 것 같다. 교카의 한 마디, 자신의 한 마디가 모두 신경 쓰인다. 방에 혼자 누워 몇 번이고 곱씹어볼 순간이다. 교카를 양팔로 안으려다 어깨에 고개를 묻는 하야테. 자신의 애정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보다 쿄카의 편안함을 깨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크다. 고맙고 더 좋아하게 되어서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은데 그것마저 쿄카를 불편하게 할까 봐 머뭇거리게 된다.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쿄카 옆에 아무렇지 않게 있는 게 힘들고 지치지만 그래도 계속 곁에 있고 싶다. 둘이 함께 축 늘어져 있었던 침묵의 순간은 두 사람에게 어떻게 기억될까?


사랑의 마음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모두 다른 감정과 역사를 담고 있다. 그래서 완전한 똑같은 마음, 쌍방향의 사랑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저 서로 다른 마음들을 맞추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이 우리를 변화하게 만든다면 그건 지속가능한 사랑이다. 10화 내내 엇갈린 마음의 비중으로 방황했던 드라마의 인물들과 지속 가능한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시.


인연설

한용운


함께 영원할 수 없음을 슬퍼 말고

잠시라도 함께 있음을 기뻐하고


좋아해 주지 않음을 노여워 말고

이만큼 좋아해 주는 것에 만족하고


나만 애태운다고 원망치 말고

애처롭기까지 한 사랑을 할 수 있음을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말고

나의 기쁨이라 여겨 함께 기뻐할 줄 알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 일찍 포기하지 말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나는 당신을 그렇게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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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리코카츠, 전원이혼가족> 스틸컷 ⓒ왓챠

*왓챠에서 감상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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