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15일 / 수요일 / 날씨: 내일은 더 추우려나...
수능이 하루 전은 사실 그냥 수많은 수요일 중 하루다.
수능의 열받는 점은 고등학교 3학년때는 세상 무엇보다 중대한 이벤트로 여겨졌던 것이
끝나는 순간부터 평생 '별 거 아니다'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수능 시즌이 되면 모든 사람들이 본인의 수능 경험담을 말하고,
온갖 할인 이벤트와 감성 문구들이 쏟아지고,
주변 지인들은 맛있는 간식을 선물하고,
후배와 선배들이 누구를 위한 건지 알 수 없는 이벤트를 준비하며,
정치인들은 본인의 얼굴을 대문짝만 하게 찍힌 응원 현수막을 걸고,
선생님과 부모님은 들들 볶기를 멈추고 경건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마치 세상이 19살 인간들을 대상으로 트루먼쇼를 찍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수능이 끝나면 고3은 이제 쇼에서 쫓겨난다.
갑작스러운 해방감, 허무함, 초라함이 밀려온다.
이제는 예비 고3들이 불행한 1년의 쇼에 다시 투입된다.
이 프로그램은 대체 언제쯤 영구 폐지되는 걸까.
나는 사람들이 수능을 그냥 평범한 드라마의 종영일 정도로 삼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수능이 끝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끝일뿐이며,
모두의 엔딩은 다르지만, 어쨌든 쇼가 끝났다는 것이 중요하다.
수많은 트루먼들이 막막함과 자유로움 사이에서 방황하겠지만,
결국은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
솔직히 나도 수능에 대한 감성 멘트만 하나 더한 것 같아서 기분이 유쾌하진 않다.
내년부터는 정말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조용히 지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