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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Div Jul 17. 2020

많이 안 마시지만 에스프레소 이야기(2)

에스프레소 추출을 도와주는 친구들..

 최근 너무 마음에 드는 에스프레소를 마셔서 인지 에스프레소 관련 이야기를 하나 더 하려고 한다. 에스프레소는 높은 압력과 온도로 짧은 시간 안에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이라서 작은 변수에도 아주 큰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바리스타들은 일관성 있는 에스프레소 추출을 하기 위해 커피 바에서 자신만의 루틴으로 커피를 만드는 것이다. 최대한 동일한 동작으로 같은 양의 원두로 같은 시간 안에 같은 양의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려는 행동 말이다. 일본의 전설적인 야구선수인 이치로가 매번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했던 동작을 일본 리그에서부터 미국 메이저리그까지 근 30년 가까이 유지한 것처럼 바리스타들의 동작들 하나하나도 다 그 의미가 있다.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동작은 머신에 장착되어 있는 포터 필터를 분리하고 그 안에 있는 바스켓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일이다.

그다음은 바스켓에 에스프레소 레시피에 맞는 원두를 고르게 담고 손을 사용해서 바스켓에 담긴 원두를 평평하게 고르는 작업을 하는데 이를 ‘레벨링(leveling)’이라고 한다. 다음 탬퍼(tamper)라는 도구를 사용해서 수직으로 위에서 눌러서 담긴 원두를 다지는 작업을 하는데 이것은 ‘탬핑(tamping)’이라고 한다. 레벨링과 탬핑을 하는 이유는 높은 압력으로 커피가 추출되는 과정에서 '채널링(channeling)'이 없이 안정적으로 에스프레소가 추출이 되게 하기 위함이다. 여기서 채널링은 머신에서 나온 고온고압의 물이 커피 층의 밀도가 고르지 못한 쪽으로 물길을 내어서(channel) 그쪽으로 물이 더 많이 흐르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채널링이 일어나면 물에 더 많이 접촉하는 커피에서는 커피 성분이 더 많이 추출이 되고 그렇게 되면 추출 후반부에 나오는 기분 나쁜 쓴맛이 나오고 적게 접촉한 쪽은 추출 초반의 강한 신맛만 추출이 되어서 에스프레소의 전체적인 균형이 무너지게 된다.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서 바리스타들이 하는 행동이 바로 원두를 바스켓 안에 고르게 담는 레벨링과 잘 다져 넣는 템핑이라는 작업이다. 그런데 두 과정 모두 사람의 동작과 힘으로 진행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원론적으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걸 가능하게 하는 게 숙련된 바리스타의 스킬이지만 이를 돕는 보조 기구들이 개발되면서 에스프레소의 맛 재현성도 좋아지게 되었다. 오늘은 이 에스프레소 추출을 도와주는 액세서리 장비들을 알아보려고 한다.

[O.C.D 3세대 모델(좌), BT Tool (우)]

 먼저 레빌링을 도와주는 액세서리로는 디스트리뷰터(distributor)가 있다. 단어의 뜻처럼 분배를 시켜주는 기구이다. 카페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디스트리뷰터로 가장 유명한 것은 2013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인 호주의 Sasa Sestic이 개발한 O.C.D (Ona Coffee Distributor)가 있다. 본인이 월드 챔피언을 차지한 해에 시연을 하기 위해서 개발한 장비이라고 하는데 아래쪽이 프로펠러 모양으로 되어 있는 구조로 포터 필터에 원두를 담은 상태에서 디스트리뷰터를 그 위에 올리고 강하게 3~4바퀴를 회전시키면 원두들이 이쁘게 레벨링이 되는 형식이다. 이 대회를 통해서 디스트리뷰터가 많이 알려지게 되고 그 이후 국내의 대부분의 스페셜티 커피를 다루는 곳에서는 이 장비를 사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사용해 본 느낌은 정말 깔끔하게 레벨링이 되고 사용하기에도 편해서 나중에 카페를 하게 된다면 꼭 구매를 할 것 같다. 반대 의견도 있는데 날개 모양의 아래 부분 구조에 원두들이 묻어 나오고 이 때문에 고르게 레벨링이 안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개발된 액세서리 중 하나가 바로 BT Tool (줄여서 BTT라고도 부른다)이라는 장비이다. 이 장비는 국내에서 에스프레소로 손에 꼽히는 김사홍 바리스타가 개발에 참여해서 만든 제품으로 본인이 세계 대회에서 시연 때 사용을 하면서 유명해진 제품이다. 이 제품의 특징은 아래 부분이 옆에서 보면 산 봉우리처럼 튀어나온 형태이고(*최근에는 다른 형태도 개발됨) 바스켓 안으로 들어가는 부분의 높이를 조절해서 탬핑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바스켓 안으로 들아가는 부분의 높이를 조절해서 원두를 담고 레벨링 작업을 진행을 하면 원두가 레벨링도 되면서 이 기구의 무게로 인해서 더 안쪽으로 다져지는 효과도 있어 탬핑 작업을 하지 않고 바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수 있다고 한다. 작년에 탬핑 없이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방식에 대해서 바리스타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있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도 이번에 커피를 배우면서 처음으로 BT 툴을 사용해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모습을 봤는데, 같은 원두 양을 바스켓에 담더라도 탬핑을 한 것보다 추출 시간이 더 길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맛의 차이까지는 설명을 할 정도로 개인적으로 에스프레소 센서리 능력이 아직은 없어서 이 부분에 대해 말을 할 수 없지만, 탬핑 없이 추출을 할 경우 추출 시간이 길어지는 현상은 추출 변수를 컨트롤하는데 더 불리한 조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바리스타들의 고민에서 시작해서 위에 설명한 디스트리뷰터 이외에도 다양한 모델의 디스트리뷰터가 시장에 나오고 있다. 어떤 제품이 더 좋다고 말을 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기구가 있으니 직접 사용을 해보고 판단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다음은 탬핑 과정을 도와주는 액세서리들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기본적인 탬퍼도 약간의 발전이 있었다고 한다. 포터 필터 안의 바스켓 사이즈가 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주로 지름이 54mm, 58mm를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깊이에 따라서 원두를 담는 용량이 14g, 18g, 22g로 차이가 난다. 이 또한 본인에게 맞는 것을 사용하면 되는데 주로 매장에서는 18~22g 사이즈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본적인 탬퍼들은 처음에는 정밀하게 제작이 되지 않아서 원두가 담기는 바스켓 지름 사이즈에 딱 맞지 않는 이유로 바스켓 안쪽 끝 부분은 제대로 원두가 다져지지 않고 채널링 현상이 생기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밀한 제작이 가능해지면서 이제는 바스켓 사이즈에 딱 맞는 기본형 탬퍼들이 제작이 되고 본인이 사용하는 사이즈에 맞게 다양한 탬퍼들을 골라서 사용할 수 있다.

[기본형 탬퍼로 유명한 풀만 탬퍼]

 그렇지만 탬핑 작업 자체가 사람이 힘으로 (보통은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손목과 팔꿈치의 일직선이 되도록 하고 체중을 이용해서) 하는 거라서 일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자세를 아무리 일관성 있게 유지하더라도 반복적인 작업으로 팔목에 무리가 갈 수가 있어서 많은 바리스타들이 병원을 찾는 다고도 한다. 이런 이유로 인체 공학적으로도 무리가 없고 일관성 유지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탬퍼들이 개발이 되었는데 많이 알려진 것으로는 손잡이가 없어서 핸들리스 탬퍼라고 분류가 되는 액세서리들이다.

[Push tamper(좌), Lens Tamper(우)]

 많이 사용되고 있는 핸들리스 탬퍼로는 영국에서 만들어진 Push Tamper와 국내 회사가 개발한 Lens Tamper가 있다. Push Tamper 역시 2015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에서 처음 선보인 장비로 원리는 PUSH라고 적힌 부분은 손바닥으로 누르면 되고 아래 돌출된 부분이 바스켓 안으로 들어가서 커피 원두를 일정한 높이로 탬핑하는 것이다. 중간에 있는 나사를 풀어서 본인이 원하는 정도의 깊이로 고정을 하면 그 높이로 일정하게 탬핑을 할 수 있는 효율적인 장비이다. 여기에서 더 발전한 것이 국내 회사에서 개발한 Lens라는 제품인데 거의 비슷한 원리지만 바스켓에 담긴 원두를 다지는 부분인 위쪽의 핸들리스 부분을 손으로 푸시하면 부드럽게 내려와서 원두를 다지는 형식이다. Push Tamper가 직접적인 힘으로 눌러서 원두를 다진다면 Lens Tamper는 기기 안에 압력을 한번 받아주는 장치가 있어서 여러 번 사용을 해도, 다른 사람들이 사용을 해도 일관적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으로 카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액세서리들을 소개한 것일 뿐 이외에도 정말 다양한 브랜드의 비슷한 역할을 하는 장비들이 있다. 매년 열리는 카페쇼에 가면 이런 장비들을 쉽게 한 번에 보고 사용해 볼 수 있다고 하니 관심이 있는 분들은 찾아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위에서 이야기한 장비들은 말 그대로 에스프레소의 추출을 도와주는 부가적인 장비들이다. 기본형 탬퍼만 있어도 숙련된 바리스타라면 다른 장비의 도움 없어도 최고의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런 액세서리가 없다고 맛없는 에스프레소가 추출될 거라는 걱정은 절대 하지 않기를 바란다. 다만 매번 같은 루틴으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바리스타들의 행동이 어떤 의미를 가진 것인지, 저 도구는 무엇을 하는 데 사용하는 것인지 더 알게 된다면 조금이나마 에스프레소를 마실 때 맛이 더 좋아지는 느낌을 받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글을 적는다. 다음에 카페에 방문하게 된다면 바리스타의 루틴과 사용하는 기구들을 관찰하는 것도 솔솔 한 재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부디 이번 주밀에도 슬기로운 커피 생활을 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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