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문(門)-1

제1화. 낯선 세상

by 지그프리드

- 서문 -

이 글은 역사적 인물들만 역사에서 차용하고, 나머지 이야기들은 모두 허구입니다.

소설적 상상력이므로, 실제 역사 사실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 등장인물

주요 인물

- 담유화(18세) : 21세기 현대 대한민국에서 살다가... 갑자기 삼국시대 백제라는 나라에 떨어진 소녀

- 부여구(25세) : 백제 13대 어라하. 근초고왕. 냉혈한. 키가 9척에 달하고 무예와 궁술이 뛰어남

- 담고(65세) : 담유화의 아버지. 백제 달솔이라는 직책에 귀족이며, 인자하지만 병약함

- 동이(15세) : 담유화의 시녀. 담유화가 기억을 잃은 것에 대해 안쓰럽다. 항상 챙겨주고 싶음

- 연우랑(40세) : 담고 달솔의 가신이며, 담유화에게 무술을 가르쳐 주고 보호하는 경호원임


백제조정

- 부여융 : 백제 온조계의 마지막 후손

- 내신좌평 진고도 : 백제의 내신(왕명출납) 좌평이며, 최대 귀족세력의 수장임

- 위사좌평 진정 : 백제의 위사(경호처) 좌평이며, 진고도의 동생

- 조정좌평 해구 : 백제의 조정(형벌. 감옥) 좌평이며, 최대 귀족세력이나 온조계를 주군으로 모심

- 병관좌평 : 백제의 병관(군사) 좌평

- 내두좌평 : 백제의 내두(재정) 좌평

- 내법좌평 : 백제의 내법(의례) 좌평


고구려 조정

- 고사유 : 고구려 16대 태왕이며, 고국원왕

- 막리지 : 고구려 국사를 총괄하던 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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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이다. 눈을 떴는데... 방안에 있는 것 같은데.. 보이는 건 천장만 보인다.

이곳이 어디인지.. 알 수가 없다.

'어디이지?'

둘러보니... 방안 침대에 누워있었다. 많이 아팠던 듯.. 주위에 누군가가.. 모르는 소녀가.. 간호하다 잠들어있고, 한약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삼국시대에나 있을법한 집기류에.. 나무의자에.. 둥그런 탁자에...

'여기는? 내가.. 왜.. 여기에 누워있지?'

도통 생각이 나질 않는다. 그때 옆에 누워있던 소녀가 말했다.

"아가씨. 깨어나셨어요? 나으리께서 얼마나 걱정하셨나 몰라요."

'아가씨? 나으리???'

"아가씨께서 한참이나 안 깨어나셔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요. 이제 괜찮으셔요? 아가씨?"

"누구... 세요?"

"엥? 아가씨! 저를 기억 못 하세요? 누구라니요? 아이고. 이게 무순 일이지..."

시녀처럼 보이는 소녀는...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자기 이름은 '동이'라고 하고, 내 이름은 '담유화'라고 하며, 여기는 '백제'라는 나라의 '한성'이라고 했다.

'어라? 백제??? 한성????'

"저기... 동이님.. 여기가 백제.. 한성이라고요???"

어리둥절해하는 유하에게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유화아가씨. 왜 그러세요? 동이님이라니..ㅋㅋㅋ에구.. 말 놓으셔요. 아직 정신이 온전히 돌아오질 못했나 봐요... 에구"

'내가 아는.. 백제는... 삼국시대의 그 백제밖에 없는데????'

유화는 혼란스러운 가운데..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럼... 동이... 야??? 여기가.. 백제라는 나라라면... 지금은... 누가 임금님이셔???"

그것도 모르냐는 듯이.. 동이가 한참을 어이없어하다가 말했다.

"지금 나라님은 비류 어라하의 두 번째 아드님이신 '부여구'님이시죠. 그것도 까먹으신 거예요??? 이런 어쩌나.. 우리 아가씨.. 안쓰러버라...."

'이럴 수가... 내 이름은 한유라인데... 담유화라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그리고, 여긴 어디고? 나는 분명.... 산책하고 있었는데.... 학교는 어떻게 가지??'

그 말을 끝으로 유화는 정신을 잃어버렸다.


처마 난간에 앉아 한숨을 푹 쉬는 담유화.

아직도 이 상황이 이해가 안 가고 있었다. 분명히 석촌공원서 산책하다가.. 뭔가가 반짝여서... 다가간 것 밖에 없는데 말이다.

나 한유라가 미래에서 여기 백제로 왔다는 게 사실이라면... 그럼 이 몸의 주인은 어디로 간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담유화란 아가씨의 아버지라 불리는 '담고'이라는 사람이 와서 "괜찮냐? 다행이다."라고 몇 마디하고 가버린 후, 담유화는 난간에 앉아 마당에 있는 나무를 보며 한숨을 다시 내쉬었다.

"휴... 이게 무슨... 내가 왜 백제라는 곳에... 도대체 내가 누구였지? 기억이 안 나지만... 여긴 내가 살던 곳은 아니란 말이야.. 모든 게 낯설어.. 어쩌지???"

그때,. 동이가 헐레벌떡 뛰어오면서 큰소리로 말했다.

"아이고.. 안 돼요.. 아가씨.. 또 혼자 있다가 무슨 일이 나면 어떡하려고 그래요???"

동이가 말하길... 봄기운에 나들이로 강가에 갔다가.. 내가 발을 헛디뎠다고 한다.

강가에 빠졌는데... 한참을 허우적거렸고..

그런데... 기억에 없다.. 아무것도... 담유화에게는 그저 동이가 얘기하는 것이 다른 세상 이야기 같았다.

일단... 담유화라는 인물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했다.

동이가 말하길... 이 담유화라는 아가씨는... 성격이 소심하고.. 겁이 많고.. 말도 없고.. 조용한 사람이라 했다.

'어라... 내가 그랬나??? 이상하네.. 난 전혀 그런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흠.'

'그런데... 강가? 무슨 강이지? 그래.. 그 강물에 뭔가가 있을 것 같아.. 거기엔 내가 왜 갔을까?'

"혹시.. 동이... 야... 그.. 내가 빠졌다는 강가가... 어디예요???"

갑자기 동이가 말을 멈추고 빤히 담유화를 쳐다보았다.

"흠... 왜 그러세요? 그것도 까먹으신 거예요?? 이상하네... 아가씨께서 답답하다 하시면.. 가셨잖아요.. 욱리하 나루터에.."

"욱리하??? 나루터??"

"네. 욱리하 나루터요.. 욱리하는.. 우리 백제에... 있어.. 이따 만큼.. 큰 존재라고요.."

'욱리하라니... 그럼... 여기가 한성이 맞다는 건가? 이상하다.. 이런 건 기억이 나네... 거참.. 모를 일이야.'

"옛날.. 국조이신 소서노 어라하께서 이르시기를... 백제는 이 욱리하를 통해서.. 삼한을 아우른다고 하셨어요. 헤헤"

"그럼.. 나를 욱리하 나루터에 데려다줄 수 있어?"

"에??? 그건 안 돼요.. 아가씨께서 깨어나신 지도 얼마 안 됐고... 나으리께서 허락을 안 하실 거예요..."

"에이.. 내 몸은 이젠 괜찮아.. 이것 봐.. 멀쩡하잖아. 하하"

"흠.. 그래도... 안 돼요. 아가씨.. 저만.. 나으리께 혼나요..."

단호하게 말하는 동이...

'에고.. 어쩔 수 없군... 좀 더 시간을 가져보는 수밖에'

'그나저나.. 이 몸의 진짜 주인은 어디로 간 것인가???'


이 세계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기로 했다.

글자는 한글이 아닌 한문을 쓰는 가 보다. 다행히 상용한자 1800자를 힘들게 힘들게 외워두었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 이 백제라는 나라는 백성들이 되게 활기차 보였다. 이 욱리하라는 강에서 비옥한 토지가 만들어지고, 그 토지에서 수확한 곡식들이 백성들을 풍요롭게 하고 있었다. 게다가 머나먼 나라의 상인들이 오고 가서 상업이 아주 발달한 것 같았다. 동이에게 물어보니.. 지금 우리는 한성에 거주하고 있고, 성 밖에는 일반 백성들이 사는 민가가 엄청나게 많다고 한다. 게다가 주변에 한성을 보호하는 동서남북에 성이 한 개씩 있어서 유사시 적군들이 쳐들어오면 적군을 물리친다고 한다.

그리고, 욱리하의 하류 쪽에는 3면이 절벽으로 둘러싸인 천혜의 요새 관미성이 있고, 관미성에는 수군이 주둔하고 있어서 백제 도성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백제는 서쪽 바다를 건너 송나라, 북위와도 교역을 하고 있다고 한다.

'송나라? 북위? 세계사 시간에 배운.. 그 송나라??? 우와... 이것 참...'

연신 동이에게서 들은 말에 감탄하고 있는 담유화다.


간단하게 차려입고 유화와 동이는 욱리하 나루터에 왔다.

가면 안 된다는 걸... 꼭 확인할 게 있다고 3일간 단식을 해서 아버지께 허락을 맡았다.

"물을 조심하고.. 알았느냐?"

귀에 아직도 신신당부하던 담고의 목소리가 맴돌고 있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걷고 있었는데, 동이가 큰 소리로 말했다.

"아가씨. 여기가 욱리하예요. 저 멀리 서역에서도 오고, 천축국에서도 오고.. 수많은 상인들이 여기서 물건을 사고팔아요.. 우와.. 저기 보세요. 왜인들도 있어요."

둘러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나루터 주변에서 물건을 사고팔고 있었다.

비단을 파는 사람, 향신료를 파는 사람, 장신구를 파는 사람 등등

수많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소리 내며 물건을 사고팔고 있었다.

동이는 계속해서 뭐라고 뭐라고 얘기를 해주지만... 유화의 귀에는 들어오질 않았다.

"동이야... 그럼.. 내가 빠졌던 곳이... 어디일까요?"

"음.. 거기를 또 가시게요?"

"응.. 가서 확인할 게 있어요."

동이는 나루터 주변 한적한 곳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바로 저기예요.. 아가씨께서.. 그때 갑자기 반짝이는 걸 보셨다고..."

그때.. 유화가 동이가 가리키는 곳을 봤을 때.. 또다시 뭔가가 반짝이는 게 보였다.

갑자기 유화가 그곳으로 뛰어갔다.

깜짝 놀란 동이가 화들짝 놀라며.. 제지할 틈도 없이.. 유화가 뛰어가는 모습을 보고 말았다.

동이는 부랴부랴 유화의 뒤를 쫓아갔다.

'저.. 반짝이는 게... 그때도 저.. 반짝이는 걸 잡았던 기억이....'

사람들을 비집고.. 헐레벌떡 뛰어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키가 큰 누군가와 부딪히고 말았다.

"아이코.. 아야.."

머리에 혹 난 것 같아서.. 머리를 부여잡고.. 부딪힌 존재가 누구인지 확인 중이다.

키 큰 사내가 내려다보며.. 신기하단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화가 난 유화가 소리쳤다.

"이봐요. 앞을 보고 다녀야죠???"

그 소리에 의아해하며 지긋이 쳐다보았다.

그때 하얀 옷을 입은 누군가가 나서려고 하다가 그 사내에게 제지당했다.

"부딪힌 건... 그쪽인 것 같은데? 아가씨???"

"뭐라고요???"

'하긴... 내가 앞만 보고 달리다가 부딪힌 거긴 하네.. 에구..'

"흠.. 미안합니다.. 제가 좀 바빠서.."

그러면서 휑하니.. 다시 가려던 곳으로 뛰어갔다.

옆에 있던 동이도 얼떨결에 따라갔다.

흑의 사내가 그런 모습을 흥미롭게 쳐다보았다.


"헉헉.. 에구 숨이 차네.."

"에고... 아가씨.. 같이 가요.."

"이 근처인 것 같은데... 어디지?"

"무엇을 찾고 계신 거예요? 헉헉..."

서로 숨이 차서 헐떡이면서 대화를 하고 있었다.

"동이야... 내가.. 저쪽에서 이 근처를 봤는데.. 반짝이는 게 있었는데... 안 보이나요?"

"반짝이는 거요??"

그 말에 동이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질 않았다.

그런데 유화가 주위를 살펴보다가.. 수풀옆에 반짝이는 무언가가 보였다.

천천히 수풀옆으로 가면서 동이에게 말했다.

"동이야.. 이거 안 보여요? 저기.. 물속에서 반짝이고 있는 거??"

"아가씨.. 저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요??? 뭐가 보이신다는 거지?"

유화가 점점 더 그 물체에 다가가니.. 빛이 더 영롱하게 반짝이고 있었지만.. 유화에게만 그 빛이 보였다.

그때 유화가 물속에 손을 넣어 반짝이는 것을 손으로 잡았다. 그 순간.. 그 물체에서 환한 빛이 났다.

그제야 동이는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면서 말했다.

"우와... 아름다워요.. 아가씨.."

순간적으로 유화의 머릿속에서는 이상한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교복을 입은 어떤 소녀가 석촌동에 있는 백제 고분 공원에서 산책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석촌동 백제 고분 중에서도 가장 큰 3 호분 앞에 서 있는 한 소녀... 그 소녀는 뭔가에 홀린 듯 3호분 앞에서 움직일 줄을 몰랐다.

순간 유화가 정신을 잃으면서 쓰러졌다.

"아가씨. 정신 차리세요?? 이게 무슨 일이래요.."


"아가씨. 아가씨.. 정신 차리세요."

동이가 유화를 깨우기 위해서 소리치고 있었다.

유화의 눈꺼풀이 스르륵 떠졌다.

"아가씨. 괜찮으세요??? 정말 괜찮으신 거죠? 거 봐요.. 또 큰일 날 뻔하셨잖아요."

".. 네"

"지난번에도 그렇게 정신을 잃으시더니.. 에고.. 이번에는 제가 옆에서 잡아줬으니.. 망정이지... 큰일 날 뻔하셨어요."

동이의 말을 들으면서.. 유화는 손을 펴 보았다. 손 안에는... 아름다운 자수정 목걸이가 들어있었다.

'이건.... 아깐 빛이 났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동이가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우와.. 이거 신기하네요... 아까는 찬란한 빛이 발하더니.. 이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빛이 안 나요.. 우와 이쁘다.."

"이게 빛이 났어? 그걸 봤어요?"

"그럼요.. 우와... 아름다운 목걸이예요. 아가씨. 아가씨에게 잘 어울리겠어요. 헤헤"

동이의 말에.. 다시 한번.. 자수정 목걸이를 응시했다.

'이 목걸이가 나를 이곳으로 이끈 건가?'

'조금씩.. 생각이 나는 것 같아.. 그때 석촌동 고분 공원에서도 빛을 봤었는데...'

'아무래도.. 이 목걸이에 비밀이 이 있는 것 같아."

유심히 목걸이를 살펴보는 유화...

새끼손가락 크기의 자줏빛의 자수정을 은으로 된 목걸이다.

'이게 왜 빛이 났을까??'

정신을 잃은 게 잠깐이었나 보다.

올려다보니.. 아직 나루터 근처에 있었다.

"아가씨. 우리 밖에 나온 김에 시장을 한번 가봐요. 맛있는 것도 많고 볼거리도 많을 거예요. 헤헤"

서둘러 유화는 목걸이를 목에 걸었다.

유화는 동이의 손에 이끌려 시장으로 향했다.


시장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많다. 비단을 사고팔고, 장신구도 사고팔고...

사람들로 북적이는 사이사이로 동이가 유화의 손을 붙잡고 끌고 가면서 쉼 없이 이야기를 해대고 있었다.

동이의 말은 들리는 듯 마는 듯... 여기저기 돌아보며 연신 신기한 표정을 지으고 있는 유화다.

"우와~~~ 신기한 게 많네.."

한참을 장신구 파는 가게 앞에서 장신구를 이리대보고 저리대보고 구경했다.

그리고, 또 한참을 기예를 펼치는 곡예사들을 보면서.. 연신 대단하다고 박수를 치고 구경했다.

한눈에 봐도.. 세상 물정 모르는 부잣집 아가씨와 시녀로 보였으니...

그러한 모습을 보고 있는... 음흉한 눈빛들이 있었으니...

우락부락하게 생긴 이들이 연신 눈빛을 주고받으며 유화 일행을 쫓아가고 있었다.

마침..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 들어서는 찰나에...

유화 일행을 막아서는 이 들이 있었으니...

"어허.. 어여쁜 아가씨들이 어디를 그렇게.. 가시나????"

동이가 무서워하며.. 유화의 팔을 붙들고 말했다.

"아가씨... 어쩌죠??? 소리칠까요???"

우락부락한 이들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말했다.

"여기서.. 소리치면.. 누가 올 수나 있을까? 아가씨들?? 여기서 더 험악한 꼴을 보기 싫으면.. 가진 거 다 내놔."

'어째.. 어느 시대나.. 이런 불량배들이 다 있네... 이거 일진? 깡패????"

"우린.. 돈이 없어요.. 그리고... 이 아가씨가 누구인 줄 알고.. 이런 행패예요???"

"오호.... 우린 이 아가씨가 누군지 알고 싶지 않은 걸???? 하하하"

"너희들.. 이러다 경을 칠 거야.. 이 아가씨는.. 담고 달솔님 가문에 담유화 아가씨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동이의 손은 유화의 팔을 꽉 잡고 있었다.

"우린.. 너희가.. 달솔이든.. 달솔 아버지든.. 상관없으니.. 돈만 내놓고 가거라. 어서"

유화가... 떨고 있는 동이에게 속삭였다.

"내가... 하나 둘 셋 하면... 무조건 앞만 보고 뛰는 거야??? 알았지??? 여기서 이 골목만 돌면.. 사람들이 많이 있는 거리로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유화가 동이의 손을 꼭 잡았다. 여차하면 튈 준비를 하고 있던 찰나에....


"이거.. 이거.. 남의 돈을 뺏는 도적떼들을 봤나???"

건장한 무사 두 명이 그 들 뒤에서 어느샌가 나타났다. 그 무사들은 허리춤에 환두대도를 차고 있었다.

한 명은 검은색, 한 명은 흰색

모두가 새로 나타난 그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긴 강한 기색으로 쳐다보았다.

"여.. 아가씨... 여기서 또 만나네요???"

유화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표정을 짓자, 그 공자가 다시 말했다.

"이거 기억을 못 한다니.. 섭섭하네.. 난 아직도 사과를 못 받은 것 같은데.. 아까.. 저기 나루터에서 나와 부딪혀놓고 그냥 내빼시지 않았나???"

그제야 유화와 동이는 그 무사들이 누군인지 생각이 났다.

"미안합니다... 그때는.. 제가 하도 정신이 없었어요..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러면서 허리를 숙여 보였다.

"대신... 저희들을 도와주시면...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주면 좋겠소???"

"이자들을... 쫓아주세요.."

불량배들이 하도 어이가 없었는지 웃어제 끼더니 말했다.

"그래.. 너희는 두 명이고.. 우린 4명인데.. 어찌할 테냐???? 하하하"

그때.. 작게 유화가 속삭였다.

"내가... 하나 둘 셋 하면... 무조건 뒤로 뛰는 거야??? 알았지???"

"네? 그게 무슨.."

"자.. 하나둘.... 셋.. 뛰어..."


검은 옷을 입은 무사가 흰옷을 입은 무사에게 말했다.

"주군...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실로 검은 옷의 무사는 칼을 뽑지도 않았으나, 불량배 네 명의 공격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한 명 한 명을 때려눕혔다.

"퍽. 퍽"

"으악. 으악"

흰옷을 입은 무사가 타이르듯이 말했다.

"앞으로는 선량한 백성들의 돈을 뺏지 말고.. 착하게 살도록 하거라."

그러면서.. 돌아보면서.. 말했다.

"하하.. 어떻소???? 어라???? 나 이거 참.... 하하하.. 이렇게 재밌을 수가.... 하하하"

유화와 동이는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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