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의 원인-1

일과 양육, 양립의 어려움

by 도드리

결혼하기 전, 아니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키우기 전까지만 해도 나와 남편은 아이들이 많은 다복한 가정을 꿈꾸었다.

우리 둘 다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었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 꿈인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꿈은 아이를 하나 낳고 기르면서 불가피하게 수정될 수 밖에 없었으니....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저출생의 원인에 대해서 꼽아보고자 한다. 어디까지나 사견이다.

(출생율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인 혼인율 저하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 너무 할 말이 많기 때문이다.)


1. 일과 양육, 양립의 어려움


다행히 나의 직장은 육아휴직 후 돌아온 나를 받아주었다. 육아휴직 중에는 어린 아기를 돌보느라 무척 고되었는데, 진정한 지옥은 복직 후부터였다. 양가 부모님은 아이를 봐주실 형편이 안 되었고, 시터를 쓰자니 가정 형편이 안 되었다. 나는 출근 시간에 맞춰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켰고, 헐레벌떡 퇴근해서 아이를 찾아왔다. 그래도 내 아이는 늘 어린이집 등원 1등, 하원 꼴등이었다. 남편은 어디 있었냐면, 그는 나보다 더 일찍 출근하고 더 늦게 퇴근했다. 어느날, 아침 등원길에 무언가 심사가 뒤틀려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고 길바닥에 주저 앉은 아이 앞에서 나는 울었다. 출근 시간이 늦었기 때문이었고, 억지로 어린이집에 가는 아이가 불쌍해서였고, 피곤에 절은 몸뚱아리가 신경을 한껏 예민하게 했기 때문이었다.


퇴근하고 돌아오는 길은 다시 육아 출근이었다. 오래 남아있을 아이가 가여워서 걸음을 재촉하다가도, '아, 십분만....' 이런 생각이 들면서 나도 모르게 느려지는 것이다. 어린이집 선생님은 **이가 친구들 다 가고 혼자 남아있을 때 너무 심심해 한다면서, 조금 일찍 올 수는 없는지 물어보셨다. 나는 그저 고개를 숙이면서, '최대한 빨리 오겠습니다...'를 중얼거릴 수 밖에 없었다. 어느날 아이가 하원길에 나에게 건넨 말을 잊지 못한다.


"엄마, 계속계속 기다렸는데 엄마가 안 왔어요."


할머니도 와주실 수 없는, 시터도 쓸 수 없는 일하는 엄마는 그저 아이 앞에서 죄인이었다.


등하원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아이는 단체 생활을 하면서 수시로 아팠다. 병원이 닫기 전에 아이를 데려가서 진찰 받게 하는 것도 내 몫이었다. 출근해야 하는데 열이라도 나면, 후... 결국 직장에 아쉬운 소리를 하고 출근을 포기하는 것은 내 쪽이었다. 엄마니까.


나는 종종 남편에게 투덜거렸다.


"아침에 등원시키기 너무 힘들어! 하원하고 놀이터 시중 들고 하는 것도 힘들어!"


남편은 미안하다고, 너무 고생한다고, 빨리 오도록 해보겠노라고 하였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은 그도, 나도 잘 알고 있었다.


*


과거 외벌이 가장이 돈을 벌어오고, 전업 주부가 아이를 양육하는 가정의 형태가 대다수였던 시절에는 이런 근무 시간도 문제가 없었으리라.

그런데 현재 맞벌이 가정이 우리나라 전체 가정의 50%에 육박하는데 근무 시간이 변한 게 없다니 이건 뭔가 대단히 잘못된 것 아닌가? 소는 누가 키워 아이는 누가 키우라고?

이런 구조에서 양육은 필연적으로 조부모나 시터, 어린이집, 유치원, 학원 등 부모가 아닌 사람들에게 맡겨지게 된다. 이런 양육의 형태가 과연 사회적으로 건강한가?

또, 이렇게 아이를 누군가에게 맡긴다고 부모의 역할이 끝나지 않는다. 일에 절어서 퇴근해서, 아이 먹이고 돌보고 교육시키고- 부모의 역할은 끝이 없다.

양육의 역할분담은 안타깝게도 여자가 더 많이 지는 것이 현실이기에, 일하는 엄마는 늘 가슴 한 구석에 '엄마인데 아이에게 소홀하다'는 죄책감과 함께 비현실적인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동동거리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런 문제와 관련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 유연근무제 등의 정책이 도입되고 있는 중인 것은 안다.

그런데 그 정책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유니콘 아닌가? 일부 대기업, 외국계 기업 빼고는?


근로 시간 조정!

이것은 비단 기혼과 미혼, 맞벌이나 외벌이를 가리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근로 시간의 절대량이 줄어들어야 한다.

일에 쓰는 시간과 에너지가 줄어야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키울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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