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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남성은 극한의 절망감과 분노에 사로잡혀 살인을 할까

그 이유도 참으로 미미할 때가 있어 너무 의문스럽습니다.

by 이이진

https://youtu.be/iUsnZD_tHkw? si=h9 rURT8 if6 u2 k9 ZP


조현정동장애 진단을 받은 바 있고 현재도 정신과 진료를 받는 환우로서, 사실 이런 질환이 있다는 점으로 인해 여러모로 사회에서 부당한 처우나 때로 모욕스런 비방까지도 받는 경험을 하고 있어서, 이 가해자 또한 자신의 질병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가족도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고 하면, 본인들의 잘못 보다 질병이 있는 가족을 비난하기 쉬운 등, 정신과 진단은 현재로서는 불이익이 많아, 미치기 일보 직전이 아니고서야 정신과를 스스로 가는 일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저도 미치기 일보 직전에 스스로 정신과를 갔으니까요.


일부 범죄나 어떤 사건의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 입증을 위해 정신과 진단을 선호하나, 일반 사람들은 정신적 문제를 결코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 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 어떤 일을 맡긴다는 게 상식적으로 용인되지 않기 때문이고, 저 또한 이런 댓글을 달면서 늘 <정신적 문제로 인한 과잉 행동이 아닐까> 스스로 되돌아보는 등 자기 자신에게도 불신이 생겨, 정신과 진료를 권하는 이면에 정신과 진료를 거부할 수밖에 없는 실상이 있긴 합니다.


덧붙여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들 조금은 이상하지 않냐? 세상에 정상과 비정상이 어딨 냐?> 이렇게 다소 가볍게 정신적 문제를 바라보므로, 가해자 가족 또한 아들이면서 동시에 남편이 이상해지는 것을 묵도하였을 것임에도, 막연히 <스트레스로 인해 잠시 우울한 것이다> 정도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고, 실제로 최근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생을 살해한 사건에서도 교사가 살해 전 이상 행동을 했지만 바로 신고하지 않는 등 조처가 미흡했고, 정신과 의사조차 업무에 복귀해도 된다, 진단하는 일이 있었죠.


일단 승진 시험에서 2번이나 떨어진 것에서 가해자는 일정 부분 업무에서도 크게는 아니더라도 다소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고, 승진 시험 탈락이라는 건 일종의 트리거로 작동해 기존 정신적 문제를 급속도로 확장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며, 평소에도 성격이 내성적이라거나, 감정 기복이 있다거나, 주변 직원들과 사이가 먹먹하다거나, 앞서 언급했듯 크게는 아니더라도 구체적이진 않으나 뭔가 문제가 있었을 겁니다. 끔찍한 사건을 저지르는 범죄자 다수는 트리거가 있으며, 이 가해자는 승진 시험 탈락이 트리건 거죠.


무엇보다, 정신병 초기에는 <뭔가 내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아니다, 주변에서 나를 속이고 있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기 때문에, 정신과를 간다고 해서 바로 의사의 진단을 신뢰하지 않으며, 주변에서 걱정하는 모습을 <주변에서 작당하고 나를 살해하려 한다>로 망상하기가 쉽습니다.


아무래도 아들이자 남편이 이상해지니 부인과 시부모가 대화를 했을 것인데, 가해자 입장에서는 그게 작당 또는 모의로 보이는 것이고, 이런 경험은 저도 발병 초기 심각해서, 일면식 없는 사람이 저를 알아본다는 생각과 그 사람이 가깝게 다가오기만 해도 불안감을 느꼈고, 지금도 이 증세는 완전히 나아지진 않아 상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평생 망상과 싸우며 살아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다만 저는 반대급부로 논리에 심각하게 집착하면서 이 부분을 메꾸면서 지내고 있고요.


여하튼, 이 사건 가해자가 갖는 망상은 조현병에서 보이는 주요한 특징 중 하나인 <주변에서 모의 작당한다>는 피해망상의 전형성을 보이고는 있는데, 다만, 너무 조현병 환자의 교과서처럼 행동하는 것이 다소 의구심이 듭니다. 조현병에 걸리면 망상과 환청이 들리긴 하나, 증세 발현은 대단히 개별적이고 무엇보다 망상의 내용이 상당히 비현실적이고 비구조적이라, 처음 망상을 들으면 <뭔, 개소리야?> 이렇게 되는 반면, 이 가해자의 망상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된다는 점과 <대변을 먹으라는 환청이 들렸다> 이런 것도 너무 조현병 환자의 대표적인 증세로 언급되는 행태거든요.


예전에 조현병에 대해 언급할 때 다른 댓글에 설명한 적이 있는데, 가령 조현병의 망상은 대단히 이상합니다. 대표적으로 분당역 살인 사건 범죄자의 망상이나 응암동 일본도 살인자의 망상에서도 보면, <국가에 스파이가 있어서 나를 감시하고 어쩌고 저쩌고> 말 그대로 <개소리>를 시전 했죠. 터무니없고, 인과가 없으며, 막연하고, 문장으로 돼있긴 하나, 전체 내용은 이해가 불가하죠. 그리고 딱히 그런 범죄를 저지를 아무런 계기가 없고, 있다 하더라도 너무 터무니가 없어서, 경찰도 해당 가해자들 입을 막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 가해자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승진 탈락>이라는 트리거가 너무 명확하여 저는 이 지점이 오히려 논리적이라 보기 때문에, 조현병이라 하더라도 심신 미약도 안 된다고 보고, 또 앞서 언급한 조현병 살해범들을 보면, 분당 서현역 가해자는 몇 개월 이상 집 밖으로 나간 적이 없고 주변 이웃들도 모를 정도로 은둔하여 생활했으며, 응암동 일본도 살인범은 중국 대사관에도 일본도를 가져갔던가, 여하튼, 기괴한 행동을 했었습니다. 대전 초등학교 교사도 마찬가지로 기괴했죠. 조현병 가해자들은 끔찍한 사건 전 대부분 기괴합니다.


가해자는 계속되는 승진 시험에서 탈락하자 곧 퇴직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을 것이고, 퇴직을 하자면 돈이 필요했을 터라, 부모 살인 후 어떤 보상? 그러나 모친을 살해하고 보니 계획대로 될 수 없다는 확신으로 부친 살해는 포기? 이런 어떤 일부 경제적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그 압박감이 급격한 조현적 증세를 발현시켰을 수는 있다고 보나, <대변을 먹어라> 환청이 들릴 정도면 일단 정상 생활 자체가 안 될 수준으로 생활 징후도 통상은 떨어지기 때문에, 만약 지금 교도소에서 별 탈 없이 지낸다면, 심신 미약의 조현병으로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성공 가도를 달리다가 실패를 맞이했을 때 그 실패를 가족에게 알리기보다 가족 모두를 죽이고 본인도 자살하는 가장처럼, 이 사건 가해자도 실패 이후 따라올 경제적 불안과 동시에 본인의 자살을 먼저 생각했던 것에서, 오히려 전형적인 가족 살인 후 본인도 자살하는 가족 사망의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하며, 조현병 증세가 없었다고 할 순 없어도, 오히려 너무 조현병적이라, 저로서는 의구심이 남네요. 부친을 살려뒀고, 딱히 부모 사망 후 가해자가 얻을 이익을 수사 기관이 밝히지 못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 싶습니다.


다만 저는 항상 의구심이 드는 게, 이렇게 끔찍하게 잔인한 공격성이 왜 남성들에게 빈번하게 나타나고 또 그 살해의 이유라는 것도 몇십 년 동안 강간하거나 착취하거나 등등, 그 사람을 죽일 정도는 아니라는 것으로서, 이게 여성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서 살인 공격성이 낮은 건지, 뭔지 이게 참 궁금합니다.


사람이 누군가를 아무리 증오하더라도 살인에까지 이르기가 상당히 힘든데, 온갖 잔혹한 범죄는 압도적으로 남성이 많고, 게다가 이 사건처럼 그 이유도 사실 미미합니다. 여동생이 험담을 했다, 여자 친구가 헤어지자고 했다, 엄마가 막말을 했다, 등등, 이 사건 가해자도 승진에 탈락하면 그냥 다른 직업을 알아보거나 하면 될 텐데, 모친을 살해하는 지경의 공격성이 폭발적으로 나왔다....... 저는 이게 참 남자의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봅니다. 극한의 절망감이 (도대체 왜 다른 가능성은 부정하고 오로지 분노와 원망과 지극한 상실감만 남아서?) 공격성으로 변하는 그 지점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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