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조직법 44조의 판사 승진 요건, 항소를 막아라.
통상적으로 판사의 판단은 독립적인 것으로 돼있습니다. 헌법에도 명시가 돼있고 국민이나 일반 정치인 모두 이 지점에 대해서는 인지를 하고 있죠. 그러므로 판사의 판단에 누구도 개입할 수 있는 소지는 없는 것이 됩니다, 표면적으로.
그러나 법원조직법 44조 2항을 보면, 판사의 판결 파기율은 평정 평가에 반영이 됩니다. 파기율이란 판사의 판단이 다음 심결에서 파기되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이 법률에 따른다면, 판사의 판단은 판사의 승진에 영향을 미치는 겁니다. 아무도 개입할 수 없게 돼있는 법관의 판단에 다른 누구도 아닌, 대법원의 인사는 개입을 하고 있는 거죠.
판사가 판단을 잘못하는 것에 대하여 책임을 묻는 것이란 취지에서는 동의할 수 있는 면도 있겠으나, 상위 심급이 이전 심급을 파기할 경우 해당 판사의 승진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아는 판사들이 파기율을 높일 수 있을까요? 파기율에 독립성이 보장이 될까요? 이걸 막연히 법관의 양심에 따라 두는 것이 타당한 걸까요?
현재 대법원은 30%대에 이르는 항소심 파기율과 5%대에 이르는 상고심 파기율을 낮춘다면서, 1심 중심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는데, 국민의 사법 신뢰는 전혀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것에 반해, 대법원은 막연한 파기율 자체에 연연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명백히 판사 평정에 대한 대법원의 지휘 체제를 강화하는 것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현재 사법부는 판사가 악의적인 목적을 가지고 판단에 임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판사에 대한 어떤 손해배상 소송도 불가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뻔한 심리에서도 판사가 잘못을 해도, 판사의 평정에 대한 대법원의 지휘만을 공고히 할 수 있을 뿐, 일반 국민이 입는 피해는 전혀 인정해주지 않는 취지입니다. 항소는 법원 판사에게도 수고스러운 일이겠지만, 일반 국민도 하고 싶지 않은 절차입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 오직 대법원만이 모든 지휘를 하는 것이죠. 국민의 법감정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데에는 이러한 이유가 있는 겁니다.
또한 해당 법률은 법관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정직 등의 가벼운 처분만을 할 수 있도록 돼있는데, 문제는 법관의 의무에 대한 구체적인 법규정이 전혀 없다는 겁니다.
판사의 파기율, 의무에 대한 모든 권한이 대법원에 심각하게 집중되고 국민의 의견은 일체 반영될 수 없는 고집적인 시스템이 현재의 사법불신을 강화하고 있지 않나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