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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에도 레베루가 있습니다

자기애성 인격장애자의 질투

by 이이진

일반인의 질투와는 달리 자기애성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의 질투라는 것은 그 사람이 가진 외형적 조건에 과도하게 민감할 것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나보다 예쁘거나 잘생긴 것>, <나보다 잘 사는 것>, <나보다 좋은 남편이나 부인을 둔 것>, <나보다 지위가 높은 것>, <나보다 인기가 많은 것>, <나보다 똑똑한 것>, <나보다 행복한 것> 등등, 외적으로 만족을 줄 수 있는 요소에 굉장히 민감한 거죠.


자기애성 인격 장애에 이를 만큼 질투심이 강한 이들은 심지어 이러한 외적 조건을 가로채기 위하여 상대방을 폄훼하거나 이간질, 유혹, 각종 공격도 멈추지 않으며, 단순히 옆에서 부러워서 투덜대는 사람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훼방을 놓습니다.


좋은 직장엘 들어갔더니 <그 회사 알고 보니 곧 망해 간다더라>라면서 흠, 칫, 뽕하는 사람과 달리, 자기애성 장애를 가진 사람은 주변 사람들에게 <걔는 직장 상사를 유혹해서 해당 직장에 들어간 겁니다>라는 식의 허위 루머를 퍼뜨리는 수준에도 이를 수가 있습니다. 이 수준에 이르기 때문에 다양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성격이나 인격에 장애라는 이름이 붙는 것이지, 옆에서 잔소리 좀 한다고 인격 장애라고 부르는 것은 일반 사람이 갖는 당연한 감정을 지나치게 죄악시하는 거라고 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이 갑자기 부를 갖거나, 젊음을 갖거나, 좋은 배우자를 만나거나, 지위를 가지면, 스스로에게 자괴감이 들면서 일시적으로라도 괴로움을 느낄 수 있으며 이 정도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문제는 이 감정이 일시적이지 않고 그 사람이 가진 지위나 부, 아름다움, 행복을 자신이 가져야 하는 어떤 것으로 생각하면서 실체적인 근거가 하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을 끊임없이 폄훼하고 지속적으로 방해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내가 좋은 회사로 알려진 데에 취업이 됐는데 알고 보니 이 회사가 최근 들어 재무적으로 어렵다고 하는 경우 이 사실을 사실에 기반하여 알려주는 것과 아무 근거도 없이 내가 들어간 회사가 부패가 심하다면서 무작정 폄훼를 하는 것과는 명백히 다른 것이죠. 그러나 내가 회사에 들어간 자체로 즐거울 때는 이런 충고나 반응이 다 듣기 싫은 법입니다. 여하튼 자기애성 인격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심지어 목표로 삼은 사람의 주변에 접근하여 온갖 루머를 퍼뜨리고 관계를 단절시키는 등 지금 말씀하시는 수준 이상으로 이상합니다.


만약 주변에 그런대로 가깝게 지내는 사람이 내가 좋은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축하해주지도 않고 투덜거리기만 한다면, 그건 그 사람도 일시적으로 자기 상태가 비루하여 질투를 느끼는 것을 피할 수 없었거나,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이 너무 안 좋아서 다른 사람의 상황을 들어줄 여유조차 없거나 (예를 들어 부모가 아파서 빚더미에 앉아 있는 사람한테 나는 맨날 돈 잘 번다면서 좋은 일만 얘기하면 그걸 들어줄 여유가 없겠죠, 같이 돈 벌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자기 좋은 얘기만 하는 사람한테 딱히 해줄 말도 사실 없습니다, 실제로 저도 각종 기소 당하고 재판당하고 맨날 죽을 맛으로 살고 있을 때 누가 맨날 자기는 이렇게 잘 나간다고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딱히 해 줄 말도 없었고요. 어쩌라는 건지, 이런 기분입니다.), 혹은 그 사람이 느끼기에 <왜 얘는 지가 좋은 일이 있거나 지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거야>라면서 보이지 않는 감정적 앙금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가족이라면 한국의 가족이라는 게 칭찬보다는 무덤덤한 반응에 익숙한 편이기도 하고, 워낙 어렸을 때부터의 데이터가 축척이 돼서 별 감흥이 실제로 없기도 하고, 그렇고요, 때문에 성장하고 자라기 위해서 가족을 떠나는 경우도 발생하는 겁니다. 가족이 자꾸 자기를 과거 모습으로 붙잡고 있으려고 한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죠. 여하튼 질투라는 감정은 누구나 느끼는 것이고 특히 외적인 요소에 민감한 경우 괴로움이 크고, 다만 거기에 사로잡혀 관계를 망칠 정도가 된다면 이거는 정신 장애라고도 봐야 한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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