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계획을 세우는 아동에게 필요한 접근

다른 사람이 계획에 동참하려면 계획이 유연해야 한다는 인식

by 이이진

이전 글에서 유튜버 <올리버쌤>을 언급해서 그런가, 또 알고리즘으로 이 분 영상이 뜨더군요, 이 분은 요즘 자기 자녀 관련 영상을 자주 올리는데, 이 아이가 4살이 되고 보니까 스스로 뭔가를 하려고 하고 주장도 세지고 그러면서 갈등이 가끔 생기는 듯하더라고요. <올리버쌤> 자녀인 체리가 보면 짜증을 내거나 울음을 터뜨리는 때는 본인이 예상하거나 계획한 바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인 거 같아서, 그리고 이런 경우가 많이 발생하는 거 같아서, 댓글 옮겨옵니다.


방금 전 올린 영상에서 청소 놀이를 하자고 하니까 체리가 <타인이가 있어야 된다> 이러는데 올리버쌤이 그 말에 개의치 않고 둘이 같이 청소 놀이를 하려고 하니까, 체리가 돌연 울면서 짜증을 냅니다. 체리는 해당 놀이는 여럿이 <타인이가> 하는 거라고 말을 하고 있는데 둘이서만 해야 하니까 계획이 틀어지면서(?) 울음을 터뜨리죠. 여럿이 할 수 있고 없고 가 중요한 게 아니라, 체리 본인이 뭔가 계획을 세웠는데 그게 이루어지지 않는 그 자체를 생각하시면 좋을 거 같았습니다.


또 다른 영상에서 체리가 <놀이방 갈까>라고 본인 계획을 말했는데 엄마가 <학교 갈 시간이야>라고 제지를 하자 바로 눈물을 흘리면서 짜증을 내죠. 즉 체리는 계획을 스스로 세우는 것을 선호하는 만큼 그 계획이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감정 처리를 힘들어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스스로 계획하는 것을 선호하는 아이들이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을 힘들어하기 때문에 체리의 이런 모습이 특별히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계획을 스스로 세우는 성향은 유지하는 것이 좋긴 하지만 인생살이가 늘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계획을 세우면서 그게 성취되지 않는 것에 따른 유연함을 배워두면 좋을 거 같았습니다. 예를 들어 체리가 <타인이 가 있어야 된다> 이러면 올리버쌤이 <내가 타인 이를 할게, 이번에는, 아빠가 아니라> 이렇게 해둔다던지, 체리가 <놀이방 갈까> 이러면 <학교에 더 재밌는 놀이방이 있어, 같이 알아볼래?> 이런 식으로 말을 해두면 좋을 거 같은 거죠. 바로 <체리 계획대로 할 수 없어> 라거나 <그런 계획은 안 된다>고 무반응하기보다는.


<아빠가 어떻게 타인이 가 돼!?> , <학교에 그런 데는 없어> 이러면서 체리가 계속 다소 부정적으로 반응하며 심지어 짜증도 낼 수는 있겠으나 어떻든 사고는 전환해 줄 필요가 있긴 합니다. 이런 연습이 반복되면 자기 계획이 유동적이라는 걸 받아들이게 되는 거죠. <계획을 세워봐야 나는 안 돼, 부모 말대로만 된다> 이런 개념이 아니고 <네가 계획을 세우더라도 부모나 타인이 가 함께 하려면 유연해야 된다> 이거를 가르쳐야 하는데 쉽지는 않죠, 사실.


즉 체리의 계획대로 하긴 하되 (왜냐하면 체리도 알고 있듯이 체리의 계획이 나쁜 게 아니기 때문에 부모인 내가 너의 계획을 따라준다 이런 개념으로) 그렇다고 네 계획대로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이런 걸 좀 알게 하면 좋을 거 같았습니다. 계획을 세우고 그게 수정되고 그걸 받아들이면서 또 계획을 세워가는 것을 배워가야 되는 단계인 듯합니다. 이런 아동은 일어나서 하루 계획을 미리 얘기해 준다거나 (체리야, 오늘은 뭐뭐를 할 거고 만약 이런 일이 없으면 뭐뭐를 할 수도 있어, 물론 뭐뭐를 못 할 수도 있는데 그럴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보고 네 답을 들어볼게.> 이런 식으로.


그런데 가끔 올리버쌤이 체리가 경우에 맞지 않거나 이성적이지도 않고 터무니없이 트집을 잡아가며 울음을 터뜨리는 것을 간혹 <악>이라거나 <나쁜 것>이라고 보는 면이 있는 거 같더군요. 원래 애들이 그렇게 선을 넘나들면서 인간 사이에 있는 선을 인식하는 과정을 겪는 것이니, 그 과정에서 본인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다소 잔혹하게 감정 표현을 하는 것에, 선악이나 옳고 그름, 좋고 나쁘고를 적용하는 것은 이분법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누군가를 아프게 하거나 누가 봐도 나쁜 행동이 아닌 자기감정 처리를 위해 비이성적으로 구는 것은 아이가 할 수 있는 특권이므로, 약간은 가볍게 놔두셔도 되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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