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니로서 설명할 수 없는 조선
https://youtu.be/4JQ-LAUG3 z8? si=K7 WwoqpwnbPasR2 q
아직 파묘를 관람한 게 아니라서 파묘 관련 댓글을 다는 게 좋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본 제국주의가 조선의 멸망을 초래하고 근대화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이견이 없습니다만, 그렇다고 조선 특유의 매장 문화인 묘 관습에 일본의 오니를 가져온 설정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런 설정을 몰랐을 때는 오히려 조선 문화에 대한 새로운 접근인가 싶어서 볼까 했었다가, 일제 주제가 나오는 것을 보면서 굳이? 가 됐거든요.
조선이 근대화 과정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못 한 채 (그 이유도 나름 있다고 봅니다만) 식민 지배의 역사를 만들고, 중앙 집권을 이루는 과정에서 다소 잔혹한 통치의 역사와 (지독한) 신분제 차별 등이 존재했다는 데도 인정을 하지만, 그렇다고 조선에 미친 일본의 영향이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강하지는 않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는 일본을 정치적으로 혹은 역사적으로 폄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본도 그렇지만 조선 또한 지리적으로 다소 고립된 위치에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일본어나 이런 것들을 보면 한국과 일본 간에 다소 다른 사고들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일본을 통해서 한국이 보이기도 하고요.
조선은 인간이 수신제가를 해서 치국평천을 하면서도 결국은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받아들이는 방향에 다소 접근한 반면 (한국에서의 신은 귀신으로서 원한을 풀지 못 한 선한 사람인 경우가 태반이라, 무당들이 모시는 신 중 가장 많은 신도 최영 장군처럼 왕에게 복종했으나 억울하게 죽었다고 알려진 경우, 장화 홍련처럼 계모에게 살해당한 경우 등등), 일본은 인간으로 태어났어도 수신으로서 인간이라는 한계를 넘어 신이 될 수 있다는 다소 조선과는 다른 사고를 문화 전반에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묘장 문화 역시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도 일본처럼 인간이 수신하여 신이 된다는 믿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처럼 강렬하고 체계적이며 맹목적이지 않습니다. 일본 최고의 흥행작 중 하나인 <귀멸의 칼날>도 일본 전통 사상이 대단히 망라된 것으로, 작중 인물들은 인간의 영역을 넘어 스스로를 치유하고 초감각을 유지하면서 귀신을 상대하며 결국 신과 같은 능력을 발휘합니다. 일본 예술 작품의 상당수는 이러한 신적 인간의 아름다움과 반대로 너무나 비루하고 하찮은 인간으로서의 때로는 비겁한 자신에 대한 반추가 주를 이룹니다.
당연히 식민 지배의 역사가 다시 일어나서는 안되므로 이에 대해 반추하고 비판하고 때로는 문화적으로도 계속해서 인식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조선을 조선 그대로 볼 수 있는 시각도 필요하다는 생각이고 (나쁘면 나쁜 그 자체로, 좋으면 좋은 그 자체로), 조선의 역사를 자꾸 일본의 어떤 것 혹은 중국의 어떤 것에 의한 것으로만 바라볼 경우, 한국인들 스스로 우리의 것은 없는가 자조하게 된다고 봅니다.
조선의 묘 문화는 조선인들의 조상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일본이 이를 악용하여 식민 지배에 활용하였는지는 모르겠으나, 또 지금의 장례 문화가 일본, 서구 등 다양한 문화가 결합되어 다소 그 뿌리를 알 수 없는 지경이기는 하나, 그게 조선 장례 문화에 있어 일본 지배 역사가 (장대하게)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봅니다. 조선에는 조선 나름의 귀신 계보가 있고 이게 상당히 와해되어 안타깝다는 생각입니다. 그 자체에서 파생된 영화이길 기대하였으나 또 일본 얘기가 나오는 것을 보고, 이걸 볼까 말까 고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