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에서 자기만 아플 줄 알고 질서의식조차 없는 사람들
예전부터 올릴까 생각했던 글이 있는데 자칫 논란도 있을 거 같고, 또 최근에 의사들이 파업을 하면서 이런 글을 올리게 되면 의사 편을 드는 거냐면서 득달같이 달려들 분들도 있을 듯 하지만, 씁니다.
저도 그렇고 저희 아버지도 그렇고 여러 난치 질병이 같이 있다 보니까 (저는 강직성 척추염과 천식, B형 간염, 아버지는 고혈압과 당뇨뿐만 아니라 녹내장, 백내장, 황반변성이 모두 있는), 서울대 병원에서 진료를 보고 있습니다.
물론 경증임에도 불구하고 서울대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분들도 있긴 하겠지만, 통상 서울대병원에 오는 환자들은 대부분 중증이거나 희귀 난치 질환이거나 그의 가족이거나 이렇습니다. 그런데 환자들 중에서 유독 자신만 아픈 줄 아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암이나 기타 심각한 질병으로 인하여 병원에 오게 되는 신세에 대해서 일견 억울도 하고, 힘들기도 하고, 아픔으로 인한 가벼운 인지 장애가 발생할 수 있겠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본인이 그렇게 아파서 병원에 온다면 다른 환자들은 또 얼마나 아프겠나 이런 생각을 못 하는 분들이 많다는 게 인간을 새삼 다르게 보게 한다는 거죠.
질서를 안 지키는 분들이 있는 것뿐만 아니라, 환자가 즐비한 복도에서 자신의 가족을 휠체어로 이동시키기 위해 다른 환자들에게 위협적으로 움직이는 분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습니다. 처음 오는 병원이니까 두서없는 것을 이해해야지 하면서도, 눈앞에 자신과 같이 고통받는 환자나 가족이 있다는 자체를 인지 못하는 상태가 어떤 것인가 가늠이 되지 않는 거죠.
간호사에게 설명을 듣고 있는 사람도 자신처럼 심각한 질병을 가진 환자이거나 그의 가족일 텐데도, 무턱대고 치고 들어와서 본인 할 말만 던지는 분들이나, 눈앞에서 다른 환자가 검사를 받고 있는데도 상관없이 치고 다니는 분들을 볼 때마다, 인간이 고통을 느끼는 이유가 다른 사람의 고통을 이해하기 위함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매몰되도록 하기 위함인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젊어 보이고 멀쩡해 보여도 서울대 병원을 비롯한 대형 병원은 명백히 중증 질환이나 희귀 난치 질환자들이 모이는 곳입니다. 자신과 똑같이 아프고 힘든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는 거죠. 당장 숨이 넘어갈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라면 응급실을 가는 것이 맞고 그게 아니라면 내 옆에 앉은 환자의 고통이 나와 같은 고통이라는 점에 기대어 서로 양보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만 아프고, 나만 죽겠고, 나만 고통받는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서울대병원에 오면 이렇게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아프구나, 저렇게 어린아이도 아프구나, 위로도 받을 수 있다고도 봅니다. 질병으로 죽음에 맞닿아 있으면서도 양보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때로는 참으로 공포스럽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그런 기분이 들었는데, 의사 파업까지 하면서 더 혼란스러울 걸 생각하면 곧 병원에 가야 하는데 생각이 많아집니다.
댓글 달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