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사람과 공감 능력이 좋은 사람은 살짝 결이 다릅니다. 예민에 대해서 우선 좀 설명을 드리자면, 예민이라는 것은 쉽게 말해 여러 감각에 대한 다소 과한 감지 혹은 반응이라서, 예를 들어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체취나 동물 냄새 이런 거를 잘 맡아서 곁에 사람이나 동물을 잘 두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칠칠맞은(?) 모습을 잘 느껴서 신경질을 잘 내기도 하고, 청각이 예민해서 고함을 조금만 질러도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습니다. 다른 사람은 적당히 넘어갈 수 있는 감각에 대해서조차 과민하게 인지가 되는 거죠.
감각에 대한 과민한 감지는 감각을 매번 새롭게 느끼게 되는 작업이라서, 아무래도 새로운 일을 경험하는 비율이 높은 젊은 층에서 잘 보입니다. 또 감각이라는 것은 통상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무뎌지므로 (시력 저하, 근력 저하 등등) 나이 들어 예민한 분들은 거의 없습니다. ^^ 물론 반대로 본인의 감각을 연마하여 특정 지위에 오르는 분들도 있긴 합니다만, (명창이나 요리사 등등) 통상은 거의 무뎌집니다.
덧붙여서 이런 분들은 오히려 본인 감각을 처리하느라 뇌가 분주하기 때문에, 누군가를 배려한다거나 상황을 판단한다거나 하는 시간이 때로 늦게 찾아오므로, 통상 얼핏 보면 쌀쌀맞아 보인다거나, 건방져 보인다거나, 거리감을 두는 것처럼 보인다거나, 도도해 보인다거나 그렇습니다. 어느 자리에 올라 나이가 있어도 예민한 감각을 다듬고 다듬어 여전히 보유한 분들을 생각해 보시면, 설사 부드러워 보이는 분들도 상당히 까질 하거나 한 성격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에 공감 능력은 개인적으로 대단히 갖기 힘든 감각이라고 생각합니다.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을 보고 마음이 아프고, 텔레비전에서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람을 보면 눈물이 나고, 전쟁터를 보면 당장 달려가서 한 명이라도 구하고 싶고, 이런 감각들은 일종의 측은지심이라서, 인간이라면 모두가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이지 공감이 아닌 겁니다.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은 지극한 개인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모두 같은 프로세스로 같은 감정을 느끼도록 구조화돼 있고, 또 학습도 합니다. 따라서 그 상황을 보면 누구나 슬프고 고통스럽지만 그 감정으로 행동을 결정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차이가 있는 겁니다.
요즘 뜨는 질문 중에 <나 슬퍼서 빵 샀어>가 있는데, 여기서도 보면, 슬퍼서 빵을 사느냐, 운동을 하느냐, 그냥 자느냐 하는 그 차이인 것이지, 인간은 슬픔 자체를 다르게 느낄 수가 없으며, 만약 그렇게 인간이 다른 감정을 느낀다면 서로 대화가 안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어떻든 이런 인간의 구조화된, 보편적인 감정의 흐름을 인지하고 맹자, 공자 외 성선설, 성악설, 이런 게 나왔다고 보시면 됩니다.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없다부터 모든 인간은 같은 감정을 느낀다까지 스펙트럼이 넓긴 합니다만.
공감을 부득이 설명하자면, 그 상황에 처하지 않아 봤거나 이미 간과한 시점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그 상황에서 유도될 수밖에 없는 보편적인 감정을 느끼는 (감각을 인지하는 것과는 다름) 것이고, 그 감정은 슬픔이나 우울감 같은 연민의 감정뿐만이 아니라 증오, 분노, 경멸, 혐오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 살육, 파괴, 분열과 같은 공격적인 감정, 외로움, 고독과 같은 독립된 감정 등등 다양하기 때문에, 공감을 정말 능숙하게 하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속이기가 불가능합니다. 공감을 잘하는 사람이 가스라이팅을 당한다는 것은 저로서는 상상이 안 되는 것이, 그 행위에 대한 보편적인 감정을 느끼기 때문에, 감언이설로 아무리 속여도 그게 감언이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밖에 없어서, 속을 수가 없는 거죠. 누가 나를 진짜 사랑하는지, 싫어하는지, 경계하는지, 시험하는지, 그거를 느끼는데 속을 수가 없죠.
저는 아직까지 소설가들 중 몇몇, 연기자분들 중 몇몇 외에 공감을 하는 분들을 살면서 만나거나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잘 슬퍼지고, 잘 우울해지고, 잘 울적해지고, 잘 섭섭해지고, 잘 지치는 것은 다른 사람들보다 상황을 받아들일 때 보다 개인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 (내가 못나서, 내가 가난해서, 내가 멍청해서, 내가 바보 같아서 등등), 나로 인한 어떤 결과로 보는 경향으로 인한 것일 확률이 높습니다. 이런 분들은 일반적인 사람들처럼 남 탓을 하기보다는 (본인이 잘못해도 남을 탓함), 탓의 방향을 자꾸 본인에게 돌리며, 이러한 경향은 나중에 또 영상에서 보일 때 댓글 달아보죠.
물론 아주 극으로 희귀하게 예민한 감각에 더하여 공감도 할 수는 있겠으나, 저는 아직 이런 사람은 못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