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분을 해야 할 구청이 법을 위반하는 경우

법이 계속 제정되면 처분청도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죠

지난 명절에 강남구만의 문제는 아니긴 했고, 거의 모든 구청에서 구청장이나 구의회 의원장, 시 의원장 등이 현수막을 걸어 새해 인사를 하긴 했었습니다. 그런데 현수막의 경우 제작 업체와 게시 기간 등을 현수막에 게시하도록 법이 개정됐기 때문에, 구청장이라고 하더라도 구청 부지가 아닌 일반 시민 구역에 설치할 때는 해당 법률을 따라야 한다고 봤고, 행정안전부에 문의하니, 그게 맞다고 하네요. 즉 구청 부지가 아닌 곳이나 공용 부지가 아닌 곳에 현수막을 설치할 때는 게시 기간과 제작 업체 연락처를 현수막에 게시해야 하는데, 강남구는 안 했습니다, 보시다시피. 

사실 현수막 설치 관리 책임이 지자체에 있으므로, 관리 책임자인 구청장이 법률을 위반할 경우 과연 스스로 조처를 취할 것인가, 궁금해서 강남구에 문의를 했고, 아직 서면 답변은 못 받은 상황입니다. 강남구는 유독 민원에 대한 회신이 늦은 편입니다. 워낙에 민원이 많다고 강남구 공무원들이 하소연을 하기는 합니다만. 

이렇듯 법률이 새로 개정되면 심지어 단속의 주체인 지자체도 법률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 법률은 너무 빨리 입법된 법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법률에 처벌 규정만 잔뜩 늘어나 봐야 법률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유리할 뿐 국민 다수가 공평하게 법에 의해 보호받는 취지는 반드시 달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의 취지는 현수막으로 인한 사고를 줄이고 가능한 안전하고 쾌적하게 설치하자는 것이겠고, 또 현수막으로 인한 쓰레기가 많으므로 가능한 필요한 이유에만 달자는 것이겠지만, 선거를 앞두고 온갖 군데 매달려 있는 현수막을 보면서, 과연 그 법률로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 조성을 위한 현수막 설치라는 취지가 달성이 되고 있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해당 법을 입법한 국회의원들과 정당들이야말로 전국 곳곳을 온갖 비아냥과 시비, 폄훼로 현수막 도배를 하고 있으면서, 대체 누가 해당 법을 지키라고 입법을 했나 의문이 드는 때입니다. 그나마 제가 정당 현수막에 대해 게시 시간이 없을 경우 등 신고를 했더니, 게시 기간이나 제작 업체 등은 거의 현수막에 기재를 하긴 했는데, 이제는 현수막 내용이 참 오염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지나치다 싶은 건 이의제기를 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이것도 또 특정 정당에 대한 공격이라고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분들이 있을까 봐 일단 생각 중에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