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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진 Aug 01. 2024

조직의 잘못된 관행을 지적하면 조직이 거짓말을 두둔하니

관행이 없어질 수가 없죠


형사 고소의 경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면 경찰이 기소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면 불송치 결정을 내리고 고소인은 이에 불복하여 이의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으며, 고소인으로부터 이의 신청서를 받은 경찰은 검찰에 사건을 인계합니다. 그리고 검찰은 다시 사건을 살펴보고 기소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면 불기소 처분을 한 뒤 불기소 결정서와 불기소 이유서를 작성하는데요, 불기소 결정서는 고소인에게 우편으로 송부하지만 불기소 이유서는 고소인이 직접 민원실에서 열람 복사를 신청하거나 인터넷으로 신청할 수가 있습니다. 


불기소 이유서가 중요한 이유는 검사의 불기소 결정에 불복하기 위해 근거가 필요한데, 그 근거가 되는 게 바로 불기소 이유이기 때문이며, 고소를 한 사람들에게는 거의 필수적인 서류라고 할 수가 있는 거죠. 


여하튼 이 정미란 검사는 제 두 종류 사건을 서울중앙지검과 의정부지검에서 연달아 불기소 처분하였고 이에 제가 불기소 이유서를 온라인으로 신청하니 불기소 이유는 별첨 돼있다고 적시만 된 채 막상 별첨 서류가 없었고, 결국 민원실에서야 직접 받아보게 됩니다. 그런데 민원실에서는 전산에 검사가 작성한 불기소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수사관이 작성한 수사의견서를 복사해서 주겠다고 하고, 여기에서부터 이 고소가 시작된 것입니다. 


불기소 이유서 전체를 공개하고 싶으나 다른 사건 번호 등이 있어 공개하기는 어렵고 일부만 보면 <간이 불기소 양식을 사용해서 작성해서 문제가 없다>는 취지입니다. 판사가 판결문을 직접 작성하지 않고 법원 사무관에게 원고의 주장 그대로를 복사하여 피고에게 전달하라고 한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인데, 이게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거죠. 


따라서 불기소 결정이 나왔을 때 바로 항고를 하려고 했으나 문제는 정미란 검사를 수사한  홍해숙 검사 또한 똑같은 방식으로 간이 불기소 결정서를 작성한 뒤 민원실에서 수사의견서를 복사하는 방식으로 불기소 이유서를 주더라는 겁니다. 의정부 지검 민원실 직원은 사건 기록을 가져와서 살펴본 뒤, 제 앞에서 수사의견서를 꺼내 복사해 주는 방식을 취했죠. 즉 정미란 검사 혼자 이런 행위를 하는 게 아니라 검찰 전체의 관행이라는 취지인 겁니다. 


조직을 상대함에 있어 가장 힘들고 분노를 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이렇게 본인들이 관행적으로 잘못을 해왔을 때 이를 국민이 정당한 방법으로 지적하면, 지적당한 사람부터 시작해서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기보다는 조직 전체가 똑같이 위법을 저지른다는 것입니다. 일단 지적당한 공무원이 잘못을 인정하고, <관행으로 해왔던 터라 인지하지 못했다, 개선하겠다>, 하면 될 일을 심지어 다른 기관까지 나서서 잘못이 아니라고 발뺌을 하며 일을 키우고 결국 이의 제기한 국민만 일상이 파괴되죠. 포기하기엔 너무 잘못된 관행이고 매달리기엔 너무 시간을 잡아먹어서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하는.


예를 들어 사법부도 판결문에 날인을 반드시 찍도록 명시가 돼있으나 (날인 없는 문서가 소용이 없다는 것은 상식인 것이고) 법원 전산 시스템의 미비로 말미암아 (법원이 이 사실을 인정함) 민사에서는 어느 정도 판결문에 전자 서명이 됐어도 형사에서는 날인이 없는 등의 관행이 있었는데, 제가 이 문제를 지적하자 검찰, 경찰, 어디 기관 할 것 없이 원래 공문서에 날인이 없어도 된다는 해괴한 논리로 맞서다 결국 재판도 다 기각시켰습니다. 물론 여전히 사법 시스템은 개선이 안 돼 판결문에 날인은 없고요. 덕분에 판결문은 전산에 1부, 수기로 따로 작성해서 보관하는 것 1부, 이렇게 2부가 작성되고 있고, 당연히 형식이 다릅니다. 


어떤 일을 하려면 조직이 필요하고 조직은 원래 변화가 더디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조직이 잘못된 관행을 인지하고도 이를 바로 시정하기보다는 이의 제기를 하는 국민이 마치 터무니가 없는 것처럼 위장하고 괴롭히는 행태를 보이는 것을 보면 답답함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여하튼, 이렇게 되면 정미란 검사 하나만이 아니라 검찰 전체를 고소해야 하기 때문에, 부득이 정미란 검사 자체에 대한 항고는 차치하고 검찰 상대 고소를 준비 중인 점 말씀드립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어떤 일을 하려면 조직이 필요한데 과연 조직이 썩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이 참 많이 됩니다. 검찰 같은 수사 기관도 이렇게 관행 지적 앞에 뻔뻔하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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