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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진 Aug 01. 2024

어떤 행위도 관계의 지속성을 보장하지 않는 시대

연인이라는 이름의 무가치성

https://youtu.be/PTcZtAXrQ_4? si=tPJbj9 LzH8 sAB8 gv


과거에는 연인이 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고서야 결혼으로 이어졌고 때문에 데이트 폭력이 아닌 가정 폭력이 주로 문제가 됐었습니다. 결혼을 전제하지 않은 연인 관계라는 건 대부분 쉬쉬하기 쉬웠고, 아마 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자유연애가 공식적으로 활발해지며 (그전에도 있었겠지만 이때부터는 언론이나 매체도 이걸 자연스럽게 다뤘달까요) 지금의 수준에 이른 것이죠. 그래서 주변 어른들에게 물어보면 가정 폭력 (가볍게는 술주정과 욕설에서 실제 구타에 이르기까지)을 한 번도 당해보지 않는 여성이 거의 없다고 할 정도로 빈번했고, 다만 일부 끔찍한 사건들이 있었음에도 공개가 안 되는 경우가 많았던 거죠. 


따라서 90년대 자유연애를 지나 지금의 비혼 세대에 이르면서는 연애는 하면서도 결혼에 이르지 않는 관계가 빈번해졌고, 당연하게 가정 폭력이 상대적으로 줄고 (결혼 자체가 줄었으므로) 데이트 폭력이 급증하는 추세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사회 세태의 반영이라고도 봅니다. 결혼이건 연애건 결국 사귀는 사이에서 발생하는 폭력인데, 다만 결혼 대신 연인 관계가 급증하면서 연인 사이 폭력으로 변질됐달까요? 


뿐만 아니라 가정 폭력의 경우 역사가 있다 보니까 법률 입법 등 나름의 체계가(?) 잡혀서, 이제는 가정 내 가벼운 폭력이라고 해도 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경찰도 바로 출동하고 폭력으로부터 부인 혹은 드물지만 남편을 분리하지만, (과거에는 부부 싸움이 극심해도 경찰들이 부분데 그냥 화해하세요, 이러고 갔습니다) 데이트 폭력의 경우에는 사실 어느 정도의 관계를 연인 혹은 데이트 관계라고 해야 할 지조차 애매한 상황인 거죠. 한 번 만났어도 연인이랄 수도 있는 거고, 수십 번을 만났어도 그냥 썸만 타고 딱히 연인이랄 수 없기도 한 거고, 단순히 육체적인 관계만 하는 관계 등등 여러 복잡한 관계의 양상 속에서 폭력의 형태 또한 다양해짐으로써 지금의 사태가 왔다고 봅니다. 


따라서 경찰이 출동했을 때 부부라면 혼인 여부를 조사해서 상대방 주장에 따라 집을 부수고 들어간다거나 하는 일이 가능하지만, 무작정 사귀는 사이라는 일방의 주장만 믿고 상대방 집을 부수고 들어갈 수는 없는 것이고 하다 보니까, 연인 간 갈등이 첨예해지도록 마땅히 해결할 방법이 없어진 탓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연인이면서 경제적으로 공동체인 경우 (쯔양처럼, 상대방이 쯔양에게 경제적으로 완전히 의존하는 경우) 해당 경제 공동체가 와해될 수 있다는 불안으로 말미암은 신종 범죄도 급증하는 거죠. 아무래도 결혼을 했다면 부부 공동 자산이 되면서 이혼이라거나 여러 부분으로 다툴 수 있겠지만 연인이기 때문에 이러한 다툼이 성립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의 약점을 잡아 계속 관계에 종속되도록 협박과 회유를 하는 일들이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여성 또한 설사 임신을 하더라도 관계를 보장받지 못하는 일이 속출하면서 헤어지고 이를 사회에 공표하는 행위도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고요. 


같이 일을 해도, 오랫동안 관계를 가져도, 돈을 가져다줘도, 젊음을 바쳐도, 아이를 갖더라도, 여러 방식으로 도와줘도, 그 어떤 것도 연인 간 관계의 지속성을 보장하지 못 함으로 인한 상실감과 낭패감을 적절히 해소하지 못한 상태에서 상대방에게 자신이 행한 모든 노력의 실패로 인한 분노와 억울함을 토로하려다가 (물론 남이 보면 별 노력이 아닐 수도 있겠으나) 결국 끔찍한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은 것 같고, 남자들이 물리적으로 힘이 세다 보니까 여성 연인에 대한 신체 훼손으로 이어진다면, 여성은 남성의 사회적 명성을 훼손하는 것으로서 이런 상실감과 고통을 해소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이런 방식은 옳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분히 자의적 판단에 따른 상대방에 대한 범죄 행위이기 때문에 또한 이 과정에서 자기 자신도 박살이 나므로, 사회에서 개입을 할 방법을 찾고 있긴 하나, 앞서 말씀드렸듯이 연인이라는 정의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에 여러 면에서 혼란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연인이라도 너무 서로 의존적인 관계를 형성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본인이 외롭다는 이유로 다소 이상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걸 허용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상대방이 어떤 약점을 잡고서 관계를 휘두르려 한다면 그 약점이 공개되는 게 너무 두렵더라도 반드시 신고하는 것이 낫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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