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태생적 우울증 극복기

by 이이진


어렸을 때부터 인생에 허무함 같은 게 있어서 사춘기를 굉장히 문제적으로 보내고 보니, 이 허무함이라는 게 늘 인생에서 따라다니더군요. 뭔가 이루지 못하면 이루지 못 한 자신에게 실망감을 느끼면서 허무하고, 뭔가를 이루고 나면 결국 이게 뭔가 하는 마음에 허무하고, 우울증이라는 건 태생적으로 타고 나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달고 살았습니다. 저를 젊어서 아는 사람들은 저렇게 살다 죽지 않을까 싶을 만큼 인생을 제 멋대로 살았어요. 살인하고 마약, 매춘 같은 그런 것만 빼고 청소년기 할 수 있는 나쁜 짓은 다 당해도 보고, 해본 것도 같습니다.


대학을 가면서부터 정신을 잃고 무슨 노숙자처럼 길에서 자거나 온갖 시비에 휘말릴 정도로 술을 먹는 일들을 거의 안 하게 됐고, 25살이 넘어가면서부터는 아예 술을 끊었습니다. 담배도 그렇고 몸에 안 좋다는 것들은 다 끊었던 거 같아요. 그리고는 인간관계도 극도로 없애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하고 나니 어렸을 때처럼 책 읽는 습관 하나 남더라고요.


그렇게 책 읽는 습관 하나 남긴 덕에 지금은 황당하게도 제가 사법부나 정책에 대해 나름의 의견을 내는 사정을 갖게 됐는데, 문득 생각하면 이런 일을 하고 있는 나 자신에게 굉장히 신기한 기분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들이 결국 인간 자체에 대한 강한 호기심으로 이어지면서, 최근에는 하루하루가 너무 재밌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고요. 세상이 이렇게 신기한 것들이었다니, 하는 생각에 매일매일 참 재미가 있습니다.


혹시 우울증으로 고민하는 분들은 좋은 일을 하던 나쁜 일을 하던 그게 잘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이룰 수 없는 목표를 정해두는 방법을 권하고 싶습니다. 저도 제가 죽어서까지 이룰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목표 여러 개를 만든 뒤로 우울한 시간은커녕 너무 바빠 하루가 모자랄 지경이거든요. 사법부 관련해서야 계속 활동을 할 거지만, 요즘에 또 다른 공부들도 막 하고 있는데, 이게 인간 자체라는 굉장히 거대한 존재라 벽이 만만치가 않고, 그래서 너무 재밌게 하고 있습니다.


이룰 수 없는 목표를 만들면 진짜 우울증이 사라집니다. 제가 산 증인이에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출신을 높이는 것의 이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