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들도 자녀 말을 참 안 듣습니다
명절이 되면 제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모님들은 열심히 장을 봐서 손수 음식을 해서 명절에 잠깐 방문한 자녀를 위한 식사를 차려주시죠. 저처럼 미혼이 아닌 이미 결혼한 자녀가 있는 경우엔 이 자녀들과 같이 장을 보곤 할 텐데, 저희 부모님은 이런 장 보는 문제도 딱히 자녀들에게 압박은 안 주시는 거 같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살면서 자동차를 한 번도 구입한 적이 없다 보니까, 장을 보고 나면 꽤 무거운 짐을 어떻게 옮기실까 몇 번 물어본 적이 있고 (필요하면 인터넷으로 구매 배송을 도와드릴 수 있다고 누차 말씀드려도), 그때마다 답변은 <신경 쓰지 마라>였습니다. 저는 부모님 성격을 알기 때문에 두어 번 언급하면 더 이상 묻지 않는 편입니다.
같이 마트를 안 가게 된 계기 중 하나는 예전에 모친과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제가 에스컬레이터에 먼저 오르고 뒤이어 모친이 오르다가 밑으로 뚝 떨어진 사건이 있고부터입니다. 이미 저는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탄 뒤라 결국 위로 도착하고서야 모친에게 돌아갈 수 있었고, 모친은 다행히 큰 일 아니라면서 병원에 가보자는 제 요구에도 불구, 그냥 마을버스를 타고 집으로 왔고요. 돌아와서 멍도 있고 하다 보니까 부친은 저의 부주의에 대해 꽤 화를 냈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사실 마트나 이런 데는 잘 안 다니다 보니 그랬겠지만, 그럼에도 부주의한 면은 있었죠. 이런 일이 있고 보니 마트는 같이 안 가게 되더라고요.
이후로는 누가 혹시 저를 알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하철이건 버스건 엘리베이터건, 저는 고령 여성이 있으면 미리 내보내고 제가 나중에 내리는 편이며 그러다 보니 동행자분들은 제가 행동이 더딘 줄 압니다. ^^
가족이 자동차가 없는 건 어떤 면에는 다른 가족과는 다른 경험을 주는 게, 제 동생이 군대에 있을 때, 군대의 특성상 대중교통으로 일가족이 방문하기는 어렵다 보니까, 면회를 (같이) 간 경험이 없다는 겁니다. 가족 차가 있으면 주말에 그래도 근처 놀러라도 가보고 이런 경험이 있을 텐데, 저는 이런 경험이 전무하다는 남다른 경험이 있는 거죠. 다행히 저는 차멀미가 심하고 근방도 놀러 가는 건 좋아하질 않아서 별 생각은 없지만, 대학 때 부모랑 주말에 어딜 간다고 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좀 남다른 감정을 느끼긴 했습니다. 근데 저는 자라고서 돈을 좀 벌었을 때도 차를 사고 싶었던 적은 없으므로, 그냥 이 부분도 상쇄되는 거 같습니다.
여하간 명절에 짐 옮기기 힘든 고령의 부모분들은 미리 필요한 걸 말씀하시면 자녀가 구입과 배송을 도울 수가 있으므로, 너무 힘들게 직접 구매하느라 본인 건강에 부담 줄 필요는 없다고 보는데, 자녀도 부모 말을 안 듣듯이 부모님도 자녀 말은 도통 따라주질 않아서, 저도 몇 번 말씀드려 보고 지금은 그냥 하시고픈대로 하시게 합니다. 오늘도 또 장 보느라 고생하실 텐데, 저도 온갖 관절통에 시달리는 나이가 되고 보니, 다음엔 배송 주문을 하셨으면 싶을 뿐입니다.
생각해 보니, 어제 늦게 마트에 가긴 했는데, 이건 통상 제 직업상 상품 트렌드와 소비자 행동을 직접 봐야 하는 부분과 동료가 쿠폰을 받아 직접 구매를 했어야 했기 때문이었고, 구매 품목이 정해진 경우는 직접 구매는 선호하지 않습니다. 시장 흐름이 온라인 중심이 됐다고는 하나 마트는 여전히 주요한 대중 트렌드를 볼 수 있는 장소라, <무척 피곤해도> 주기적으로 방문하긴 하나, 대량 구매는 저도 안 한다는 점도 올립니다. 어제도 너무 피곤했는데 어떻든 명절 앞두고 시장 조사는 해야 되고, 동료 쿠폰 만료일도 도래하여 방문했더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