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조현병에서 보이는 환각은 영화 속에서 주로 묘사되는 완성된 하나의 인격이라기보다는 사고의 편린이 집합된 말도 안 되는 형상이라고 생각하는 게 나을 겁니다. 영화 속에서 실제로는 환상에 불과한 엄마가 마치 실제 사람인 것처럼 보여서 구분을 하지 못할 정도로, 해당 개체가 인과를 가진 인격적 존재가 아니라, 전혀 관계없는 사고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실재할 수 없는 존재와 비슷하죠.
예를 들면 비누를 먹어야만 살 수 있다거나 해서 비누 틀의 모양이나 흐름이 살인을 지시를 한다고 했던가 하는 식으로,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그 형태에만 집착하여 그 형태가 세상을 조종한다는 식으로, 이게 말이나 언어로도 설명하기가 힘든, 인과를 벗어난 환각을 보입니다.
영화 속 환각은 통상 큰 사건을 경험한 이후 그 사고를 극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죄의식이라거나 심연의 발동에 의한 것이라면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숱뚜껑 보고 놀란다 처럼, 어떤 사고의 회복이 실패함으로 인하여 뇌의 프로세스에 상처가 생긴 거라면), 큰 사고나 외상이 있을 수도 있고 마약 등을 복용했을 수도 있지만 통상 뇌의 질병으로 발병하는 조현병은 인과의 훼손에서 시작되고 (비가 오는데 몇 사람이 우산을 안 쓰는 걸 보고 조현병에 걸리면 비에 독극물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유가 외계인이 물에 독을 탔다는 식으로) 이유나 원인을 물어보면 볼수록 해괴한 답이 나옵니다.
환각과 현실을 구분하기 위하여 "이게 진짜가 아니다"라고 주문을 외우면서, 정상적인 사고와 환각이 구분 가능한 것으로 영화 속에서는 종종 묘사가 되는데, 조현병 상태에서 환각이나 환청이 들리면 "올 것이 왔기 때문에 끊임없는 수다가 오히려 시작됩니다.". 조현병에 걸린 사람들이 끊임없이 뭔가 혼잣말을 하는 것을 보면 이해가 갈 겁니다. 환각이니까 내보내야지 이런 생각 자체가 들지 않고 유일하게 소통 가능한 대상으로서 계속할 말이 생깁니다. 말도 안 되는 논리로요. 조현병에 걸린 사람들 대부분이 외부와의 대화를 강하게 거부하기 때문에 (외부와의 소통을 거부하면서부터 조현병이 발동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환청이나 환각이 들리면 거의 쉬지 않고 대화가 가능하다,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은 다 틀렸다, 잘못됐다, 환각이다 이러면서 제재를 하는데, 그 환청과 환각만큼은 거침없이 대화가 진행되니까요.
뭔가를 계속 연속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그 인과가 무모함에도 불구하고) 그게 결국 환청에서 입증이 되는 게 오히려 조현병입니다. 환청이나 환각을 구분하려는 의지가 아니라 환각과 환청으로서 그 오랜 망상이 실현되는 것, 그게 조현병인 거죠. 즉 어떤 극단적인 상황에서 누군가가 나를 죽이려고 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혔을 때 "죽여"라고 환청이 들리면 일반 사람들은 그게 환청이라는 것을 구분하고 망설이겠지만, 조현병에 걸린 사람은 "이제 너도 아는구나, 죽이자." 이렇게 가는 겁니다. 그리고 그 환청이나 환각도 "죽여"와 같이 정확한 어떤 문장일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뇌에 직관적으로 와서 닿는 언어도 아닌 어떤 언어인데 이해가 되는 그런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극단적으로 죽고 죽이는 잔인한 예를 들었는데, 실제 조현병에서 들리는 환각이나 환청은 그다지 건전한 내용은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예를 든 점은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일부 환자의 환각이나 환청은 더 끔찍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뭐 잘 극복했고, 하고도 있고, 그런 저를 나름 관찰해 본 결과,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