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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는 사실을 확인해 주는 거라 거부할 성질이 아니죠

by 이이진

https://youtu.be/T5 cNV1 qqEw0? si=j_6 daWV056 FDGbjm


사실 유전자가 여성과 남성을 구분하는 기준이 된 건 인류 역사에서 아주 아주 아주 최근입니다. 우리 인식 속에 우리 언어 속에 존재하는 여성과 남성의 개념에 유전자는 사실상 들어있지 않죠. 왜냐하면 유전 자체가 최신 학문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과거에도 유전의 개념은 있었던 터라 (젠더적 이분법으로 표현하는 것은 양해를 바라겠고) 위대한 왕이나 아름다운 여성의 특질이 자녀에게 <대물림>된다는 인식으로 인하여,


왕이나 아름다운 여성에게는 통상 많은 배우자가 있었고, 자녀를 많이 갖도록 하는 그런 형태는 다양한 문화권에서 발견이 되긴 합니다. 물론 왕들이나 이런 여성들일수록 오히려 자녀를 많이 갖지 못하는 모순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어떻든, 위대한 사람들에게 많은 자녀를 갖도록 하는 경향은 (그 특질이 유전될 것이라는 기대에 따라) 많은 역사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납니다.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그렇다면 어떻게 성별을 구별했을까, 일단 태어났을 때 생식기의 형태에 따라 구분을 했을 겁니다. 인간은 생물학적 성별에 따라 크게 다른 2개의 생식기 중 하나를 보유한 채 태어나니까요. 그리고 사춘기가 시작되면 익히 알고 있는 여러 성별 변화가 시작되고, 젠더 이슈에서 아주 불쾌해할 표현인, 여성은 여성스러운 신체를, 남성은 남성스러운 신체를 갖게 되며, 여성은 임신이 가능해지기 시작하죠.


문제는 태어났을 때 생식기가 다르거나 (이런 사람들은 역사에 이미 기재된 바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신화나 종교적 인물들 중 성별이 모호하거나 이중성을 보이는 존재는 이런 사람들을 묘사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대표적으로 천사가 있겠네요. ^^) 생식기는 정상인데 사춘기 발현이 안 되거나, 사춘기를 겪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인데 임신이 안 되거나 (남성은 임신할 수 없으므로 본인에게 임신을 가능하게 할 생식 능력이 없다는 걸 자각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성적으로 문란해지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대표적으로 수많은 여성과 관계를 가졌으나 자기 자녀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있습니다) 등등, 여러 문헌에서 이런 사람들을 다양한 언어로 지칭하여 표현하는 경우가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인도에는 히즈라라고 하는 명칭이 있죠. ^^ 즉 성적 (징후가) 남성에도 여성에도 속하지 않는 그런 사람들이죠.


때로는 의도적으로 남성성을 발현하지 못하도록 어린아이였을 때 혹은 사춘기 전후로 남성 생식기 중 일부를 절단하여 성장을 억제하는 문화도 다양한 문화권에서 발견됩니다. 현재의 트랜스 젠더들은 자신의 신체적 성별에 이질감을 느껴서 스스로 자기 생식기를 절단한다면, 이들은 경제적 상황, 부모의 선택, 집단의 논리, 직업적 대물림, 계급에 따른 답습, 대를 끊어버리는 형벌, 등등 사회 문화적인 이유로 절단을 당해왔죠. 트랜스 젠더분들의 고통과 자살률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타의로 생식기를 절단당해온 역사는 꽤 오래됐고 지금도 행해진다는 걸 참고하면 좋겠습니다.


이런 역사 속에서 여성에게 여성이라는 개념을 형성하는 동시에 한계를 만들고 남성의 영역을 구분하여 여성이 진출하지 못하게 했던 그런 시절이 없었던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역사적으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있었던 건 명백히 맞고 지금도 있죠. 그런데 그러한 차별 때문에 여성이 남성이 되고 남성이 여성이 돼야 극복된다는 논리에는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오히려 여성으로서, 여성이 감내해야 했던 차별에 맞서는 것으로 여성성을 극복하는 게 타당하지, 굳이 남성으로 자신을 지칭하면서 여성의 한계를 극복하려 한다는 자체가 저로서는 모순이라고 봅니다. 여성을 억압한 존재가 남성이 맞다면, 그런 억압을 강행한 남성으로 여성이 불려야 될 이유가 뭔지 모르겠는 거죠.


덧붙여서, 유전자는 여성과 남성을 좀 더 명확하게 구분하는 하나의 또 다른 잣대로서 추가된 것으로 당연히 유전자를 반영하면 좀 더 명확하게 성별을 구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범죄자 DNA를 식별하면 범죄자를 완벽하게 특정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위 논리에 따르면, 피해자 신체에서 특정 남성의 DNA가 나와도 <나는 나를 유전자에 종속하여 인지하지 않기 때문에 해당 범죄자는 내가 아니다>가 된다는 건데,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범죄자가 자신의 DNA를 부정하는 게 아무 의미 없는 것처럼, 유전자가 성별을 나타내고 이에 따라 성별이 나뉜다는 자체는 그냥 그 자체입니다. 오히려 유전자에 의하여, 여성이면서 동시에 남성인 (XXY)가 더 명확해지죠. 유전자는 <이 사람이 여성이다>, <남성이다>, <양성 생식기를 다 가지고 있다>, <양성 생식기 모두 미완으로 기능한다> 등등을 오히려 더 명확하게 만들 뿐이며, 그 밖에 여기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 자체는 유전자 자체 단위에서 논의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외관은 여성이나 임신 기능이 없는(?) 터너 증후군 여성도 유전자 검사로 명확해지고 있어요.


즉, 길게도 설명했는데, 유전자 검사로서 여성과 남성이 구체화된다는 것과 사회적으로 여성과 남성에게 특정한 행동을 강요하는 것은 구분될 필요가 있다는 거죠. 같은 맥락에서, 화장실 및 생식 기관이 드러나는 어떤 장소에서의 구분은 당연히 생식기 구조에 따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화장실은 인간의 배설을 위한 장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므로 배설에 필요한 생식 기관의 형태에 따라 이용하면 되는 겁니다. 따라서 트랜스 젠더라도 하더라도 생식기를 수술하지 않아 여전히 남성의 형태라면 남성이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만든 배설 장소에서 배설하면 돼요. 아직 모호한 건 스포츠인데, 이 부분은 또 너무 길어지니 여기까지 댓글 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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