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강현이라는 영재 아동의 자퇴 사건

by 이이진

페이스북을 통해 백강현이라는 영재 아동 사건을 알게 됐습니다. 영재라서 서울과학고에 입학을 했는데 자퇴를 한 모양이고, 이 과정에서 아이가 능력이 없어 자퇴를 한 거다, 아이가 형들로부터 학폭을 당했기 때문이다, 서로 주장이 맞서는 것 같습니다.


저는 영재 방송을 아직 못 본 터라 아이가 얼마나 수학을 잘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 경험에 비춰 아래와 같은 댓글을 달았습니다. 아이가 얼마나 머리가 좋으냐도 중요하지만, 아이에게 어떠한 경험을 줄 것이냐도 저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아래와 같이 달았습니다.


아마 제가 4학년 때로 기억을 합니다. 당시에는 한 반에 50명 정도 있었기 때문에 소위 말해 눈에 띄지 않는 아이들도 제법 있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시절엔 부반장을 하는 등 그럭저럭 공부도 했고 아이들하고도 그럭저럭 지냈었는데, 어느 날 전교생이 난리 나는 일이 발생합니다. 앞서 말한 전혀 눈에 띄지 않던 한 여아가 시험에서 올 백을 받아 느닷없이 전교 1등을 해버린 거죠.


그 애가 올 백을 받은 걸 어떻게 전교생이 알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이들은 그 아이가 올 백을 받은 사실을 쉽게 인정하지 못했고 그 아이가 화장실이라도 가면 가방을 뒤져 교과서를 훔쳐보며 시험 볼 때 커닝을 했다는 소문도 급속도로 퍼져 나갔습니다.


이 소문과 해당 아이에 대한 거부감(?)은 그 아이가 계속해서 시험에서 만점을 받기 시작하자 서서히 가라앉았고, 그 아이는 사춘기 시절 방황한다는 소문이 좀 돌긴 했지만 (수능 전날에도 술을 많이 마셔 시험장 근처 여관에서 잤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그래도 sky 대 중 하나에 들어갔습니다. 과장도 있을 수 있겠지만, 수능 전날 술에 취할 정도로 놀았음에도 sky를 갈 정도면 머리가 상당히 좋다고 봐야겠죠.


제가 고등학생이었을 때는 이렇게 놀면서 공부도 잘하는 애들이 인기가 많았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좀 감안하시고 읽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억나는 것은 그 아이가 초등학생 때는 딱히 친구가 없는 조용하고 좀 특이한 외톨이 이미지였는데, 사춘기를 지나면서 많은 친구를 뒀다는 것과 상당히 거칠게 방황을 했다는 소문을 들은 정도입니다.


제가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제 생각에는 당시 아이들은 좀 순박하지 않았나 싶은데도,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에 대해서 받아들이는 과정은 역시 순탄하지 않더라는 겁니다. 잘난 데다가 어딘가 당당한 면도 있어서 쉽게 건드릴 수 없는 공부 잘하는 뛰어난 애들도 있지만, 공부를 잘하거나, 상당히 잘생기거나 혹은 굉장히 예쁘거나, 뭔가 남다른 데도, 아이들이 거부하고 인정하길 불편해하는 그런 애들도 있더라는 거죠. 아이들이 의도적으로 그러한 거부를 하진 않겠지만 그렇게 거부를 당하는 애들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구사하며 자라더군요.


인간의 생각 같아서는 어디에서든 무지막지하게 뛰어난 인간이 홀연히 튀어나와서 인류가 처한 온갖 문제를 즉시에 해결하고 심지어 무병장수의 꿈을 달성해 주길 바라고 또 바라지만, 막상 인간이 조금이라도 자신보다 나은 그러나 뭔가 다른 인간을 마주했을 때의 반응은 기대대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은 않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좋은 머리 혹은 뛰어난 외모를 인정받아 순탄하게 업적을 세워 나중에 유명한 상까지 타는 우수하고 운 좋은 사람들도 있지만, 상당수의 위대하고 남다른 사람들은 어른이 되고 나서도 각종 저항을 맞이하는 경우가 제법 많고 이를 견디지 못해 각종 구설에 휩싸이고 정신 이상이 오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거는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 유럽 어디를 보더라도 마찬가지 현상이고요. 교육 부분에서 미국이나 유럽이 한국과는 다를 수는 있겠는데, 뭔가 다른 인간으로서 다른 인간들에게 수용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어떻든 그 남 다른 개인이 홀로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영국도 컴퓨터의 효시를 만들었다는 엘런 튜링을 통제(?) 하기 위해 약을 먹였다 어떻다 그래서 자살을 했다, 애플 컴퓨터가 이를 표방한 거다, 여전히 말이 많죠.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에게 불필요한 갈등까지 겪게 하고 싶지 않겠지만, 가만히 누워서 사과 하나로 중력을 알아내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뉴턴도 그 괴팍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는 악평이 있죠) 이러한 사회적 갈등을 과연 차단만 하는 것이 아이에게 도움이 될지, 아니면 아이에게 보다 깊고 깊은 인간의 심연까지도 보게 만들어줄지는 알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스스로가 과도한 경쟁이라고 생각한다면 학교를 자퇴하는 것은 맞다고 보지만, 다양한 인간을 만나볼 기회는 가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가능한 어린 시절에 이루어지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거의 모든 인류가 아이들에게 가해지는 경쟁의 고통과 규격화(?)의 손해를 알면서도 학교라는 곳에 여전히 보내 서로를 알게 하는 과정을 겪게 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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