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 대한 부모 책임이 강화되면 부모는 자녀 일에 고압적이 된다
어느 날인가부터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에 자녀의 사진을 올리는 분들이 많아지더군요. 그리고는 가족 간에 발생하는 일들에 대해 토로하는 분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는 방송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이는 게, 각종 방송에서 연예인들이 가족과 함께 하는 모습을 앞다투어 방영하기 시작한 것이죠. 방송 초반에는 건전한 가족의 모습이 주로 방영이 되었다가 최근 들어서는 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가족 간의 씻지 못할 상처가 주로 방영되고 있습니다.
방송에 나온 가족들은 아무리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가족 간 상처로 인한 고통에 몸부림치며 상대방에게 사죄를 받아내려 하고 이 과정에서 해당 인물에 대한 이해도가 상승하게 됩니다. 강압적인 성격이 알고 보니 끔찍한 가정환경에서 기인했다는 점을 알게 되면 그 사람을 더 이해하게 되는 거랄까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인기 연예인도 성장 과정에서는 다른 사람들처럼 온갖 상처로 점철된 것을 보면 그 사람에게 더 가까운 기분이 들게 되죠. 살면서 씻지 못할 상처 하나 부모로부터든, 형제로부터든, 선생으로부터든, 연인으로부터든, 안 받아본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그런데 뒤돌아서 생각해 보면 순간의 실수로 인해 인생의 가치관이 변하는 다른 사람의 모습에서 양육의 부담이 과중되는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자녀에게 부모가 굉장히 중요한 존재인 것은 당연한 말이지만, 성장한 자녀가 방송에 나와 부모가 양육할 당시 저질렀던 과오를 발언하는 모습을 보다 보면, 나의 자녀가 성장하여 나를 부모로서 어떻게 표현하게 될 것인가에 대해 두려움이 자리 잡지 않을 수가 없는 거죠.
그렇다 보니, 부모들이 자녀의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개입하려는 경향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자녀가 학교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부모에게 고백을 했는데 정작 부모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하면 자녀가 성장했을 때 부모에게 향할 원망이 두려운 거죠. 이렇게 까지 엄마 혹은 아빠에게 얘기했는데 그때 부모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고통을 토로하는 자식의 미래는 부모에게 명백히 두려움을 줍니다.
학교 선생님들 입장에서는 학생들 간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고 가볍게 넘어가려고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사람으로 낙인찍힐까 봐, 해당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생기게 되고, 이게 서로 충돌하면서 끊임없는 민원으로 이어질 수가 있는 겁니다. 오히려 학교에서 별 일 아닌 것으로 치부하려 할수록 부모의 해결 의지는 증폭이 되고 마는 거죠. 서로 물고 물리는 싸움이 시작됐다랄까요?
학폭으로 트라우마가 생겨 회복 불능한 상태가 된 사람에 대한 보도가 앞다퉈 나오면서 학폭이라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범죄인가를 인지하게 된 반면에는 자신의 자녀가 만에 하나 학폭으로 인해 회복 불능한 성인이 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을 부모에게 심어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가 학교에서 조금만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예전처럼 가볍게 넘기지 못하는 상태가 돼버렸죠.
이거를 그냥 무작정 개념 없는 부모의 악성 민원 정도로 폄훼해 봐야 민원을 넣는 행태는 줄어들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서로가 서로를 계속 고소하고 고소하는 사태로 이어지겠죠. 지금도 사회 각 분야가 다 그러고 있으니까요. 정부끼리 그렇고, 국회에서도 그렇고, 기업주와 노동자가 그렇고, 한국 사회 전반이 서로에 대한 불만으로 고소 고발을 남발하고 있는데, 악성 민원에 대해 처벌을 강화해 봐야 무슨 변화가 있겠습니까? 악성 민원 금지법을 만들든, 교사 인권 보호 준칙을 만들든, 자녀에 대한 부모의 과한 부담이 사회적으로 강요되는 현시점에서는 별반 소용이 없을 겁니다.
위법하고 잘못한 사람에 대해서는 명백히 사회적인 처벌이 있어야 하지만, 이렇게 까지 많은 부모들이 다각도로 교권에 저항하는 현상은 단순하게 해당 부모만의 잘못이다 하기에는 현 교육 시스템과 부모 양육 체계 전반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교사들이 악성 민원에 처하는 비율이 적다면 해당 부모가 잘못됐다는 반증이 되지만, 오히려 거의 모든 교사가 민원에 시달려봤다면 이거는 일부 부모의 잘못으로 치부할 일이 아닌 거죠. 근데 또 이거를 무작정 금지하고 법률로 제제하겠다고만 하니, 참 안타깝습니다.
어떤 일에 대해서 사회가 그 상처를 끌어냈으면 그에 대한 대안도 제시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특히 언론은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연예인 및 일반 개인에 대한 가정사를 들추고 보도하고 있는 반면에 이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은 미흡합니다. 유명 상담사가 나와서 진단을 해주기는 하지만 일반 개인이 이런 상담을 받기에는 그 비용도 너무 크고 만만치가 않습니다.
흔히 하는 말로, 부모가 자녀에게 우주가 된다고 하는데, 우주가 얼마나 큰 존재인지 실제로 알고 하는 말일지 의문이 들고, 부모는 우주가 아니라 그냥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사람이라는 정도로 그 책임을 놔주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지금처럼 계속 부모의 책임을 과중하는 선에서는 어떤 부모든 악성 민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