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혼자서 해결하시려고요?

by 이이진

저도 뭐 대략 굉장히 가난하게 자란 터라 일단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대학을 졸업하고 젊어서 오직 성공과 명성을 위해서 죽도로 일만 했고, 덕분에 당시에 서울 외곽이긴 하지만 소형 아파트나 중심가 오피스텔을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모았었습니다. 그때 사라고 했던 소형 아파트는 가격이 현재 대략 4배 정도 올랐고 (몇억이 새로 생기는 수준) 오피스텔도 월세가 상당해졌더군요.


당시 제가 해당 아파트에 월세로 살고 있었는데 집주인이 갑자기 해당 아파트를 내놓은 일이 생겼고 따라서 제가 해당 아파트를 나가거나 구매를 하거나 결정을 했어야 했는데, 만약 그때 구매를 했더라면 저도 뭐 지금처럼 집도 없이 국가 보조를 받는 신세로까지는 안 됐을지도 모르죠.


그런데 저는 당시 아파트를 구매하지 않고 해당 자금으로 중국에 사업을 하겠다면서 들어가는 결정을 했고 이어서 한국으로 돌아와 대학원을 나오기까지 했는데, 그러니까 집에 투자하지 않고 저 자신에게 투자를 한 건데, 저는 이 결정을 전혀 후회하지 않습니다. 물론 중국에서의 사업은 개시도 제대로 하지 못 했고, 대학원도 석사를 받았으나 강의를 하는 상황에 이르지 않는 등 실질적인 성과는 전혀 없는 실정임에도 그렇습니다.


일단 경제적인 것부터 어떻게든 마련해서 자기 집을 사야 한다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제 이런 설명이 정신적으로 위안 삼는 위선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당시 돈을 꽤 벌어서 가까운 거리도 택시를 타고 다니고 (운전면허가 없어서 자동차를 구매할 수 없었음) 화장품 하나를 구입하는 데 현금으로 100만 원을 써도 되는 삶이었음에도 저는 전혀 행복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뭔가 내가 모르는 것들이 점점 많아지는 불안감에 사로잡히는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돈이 벌려도 불안했고 돈이 안 벌리면 화가 나는 상황의 반복이었고요. 계속 누군가가 저보다 나은 삶을 사는 모습을 보면서 (남편이 의사라서 여유롭게 사는 모습이라던지, 부모가 부유해서 놀면서 사업해도 되는 상황이라던지, 성격이 싹싹해서 위에 잘 보여 성과를 잘 내는 사람이라던지, 여하튼 뭐만 하면 그냥 잘 되는 듯 보이는 사람이라던지, 등등 끊임없는 비교) 저 스스로에게 대단히 불만족할 수밖에 없는 삶이었습니다.


게다가 당시 저는 저에게 불만족하고 있는 반면에 또 그 작은 성공이 오로지 저의 노력의 결과라는 자만에도 빠져 인간관계에 대단히 인색했고 (원래 인간관계를 좋아하지 않으나 당시에는 속으로 인간들을 혐오하는 등 상당히 이상한 감정 상태에 집중돼 있었음) 제가 아는 것들을 나누거나 또는 받는 등의 교환을 전혀 하고 싶지 않아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즉 누가 곤란에 처했어도 제가 괜히 복잡해질까 봐, 제 성공에 방해가 될까 봐, 조금의 관심도 주지 않는 상태였던 거죠. 겉보기에는 제가 또 그런 사람으로 안 보였던 터라, 내적 갈등이 심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뭐 여러 가지 어려운 일이 생기면서 저도 또 사회 여러 분야에서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고 그런 일을 겪고 나니 이제는 이렇게 유튜브에서조차 뭔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보고 제가 줄 수 있는 정보가 있으면 언제든 줄 수 있는 나름의 상황에 처하게 됐습니다. 여전히 인간관계는 좋아하지 않지만 적어도 예전처럼 어려운 사람들을 보고도 시간이 아까워 시선조차 주지 않는 사람에서는 벗어난 거죠.


그렇게 되고 나니 이제는 돈은 정말 없고 경제적으로도 너무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예전처럼 뭔가 불안함에 사로잡히는 기분은 거의 들지 않습니다. 이런 기분이 들지 않으니 극도의 우울감이나 자기혐오, 타인 혐오, 자만심도 상당 부분 내려놓을 수가 있게 됐고요. 이렇게 말하면 또 위선이라고 혹은 네 주제를 그런 사람들과 비교하냐고도 할 수 있겠으나 돈이 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이 결국 자살이나 약물 중독에 빠지는 것도 이러한 맥락의 하나로 저는 생각합니다. 일단 경제적인 것부터 이루고 나서 다른 일을 생각하라고들 하지만 경제적인 것을 해결했을 때 오히려 붕괴되는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경제적인 자유를 획득하려는 과정에서의 희생이 너무나 커서 이를 다시 회복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덧붙이자면 많은 비혼 여성들도 방송에서 계속하는 말씀 중 하나지만, 현재 가정이 급속도록 붕괴되고 있습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이 붕괴에 영향을 미쳤고 또 영향을 받고도 있죠. 때문에 가정에서 제공했던 많은 서비스들이 (특히 돌봄 문제) 사회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급선회를 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원초적인 방법은 내가 죽도록 돈을 모아서 늙고 병들었을 때 그 돈을 모조리 사용하는 것이며, 이럴 경우 돈을 모아 내 노후를 보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돌볼 여유는 전혀 가질 수가 없게 되고, 이로 인해 결국 모든 노후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만 하는 고립에 역으로 처하게 되는 거죠. 가령 돌봄을 공동 구매로서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되고, 가진 돈에 따라 노후 등급이 매겨지는 잔인한 상황에 노출되는 겁니다. 지금 많은 국가들이 이 상황입니다. 물론 보험으로 일부 해결하는 방법도 있으나, 이 부분 또한 여러 문제들이 있어서 제가 추후에 정리하여 올릴 예정입니다.


어느 정도의 경제적 자유 혹은 독립은 하나의 성인으로서 가져야 할 부분이지만 (이 부분 때문에 제가 이런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고 보고만 있었지만) 결국 노후 문제가 걸려 있다고 할 때 오로지 개인의 역량만으로 해결이 되겠냐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저는 이제 공부 시작했습니다.

keyword
이전 06화백강현이라는 영재 아동의 자퇴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