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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재산 등 쉬쉬하다가 일 터지고 알리는 한국

한국은 가족관계가 친밀하면서도 서로 믿지 못하는 이중성이 있어요

by 이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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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 문제가 없다는 댓글을 드리기는 그렇지만, 노년 분들 중에서 자녀 몰래 여기저기 투자 목적으로 돈을 준 뒤 막상 문제가 커지면 뒤늦게 자녀에게 알려 막상 해결할 방법이 없을 정도로 갈등이 극해지는 상황 제법 봤습니다. 부모에게 돈이 많으면 자녀가 가져간다는 둥, 어떻다는 둥, 죽을 때까지 얼마 있는지 비밀로 하라는 둥, 온갖 괴소리들이 판을 치면서, 부모들이 자녀에게 자신의 재산을 명확하게 말하지 않아 놓고, 막상 문제가 생기고서야 밝혀지는 거죠.


지난번에 트위터에 본 글인데, 어떤 할머니가 손녀가 죽어야 돈이 나오는 보험을 가입해서 손녀가 뒤늦게 이를 알고 글을 썼던데, 할머니보다 손녀가 먼저 죽을 일은 없는 거 아닌가요? 일반적으로? 그걸 할머니가 몰래 가입한 뒤 문제가 되자 그때서야 손녀에게 알렸더군요. 이 사건도 할머니가 주식 투자를 하고 싶었으면 자녀들과 상의를 했어야 하고, 만약 자녀들이 반대할 것 같지만 본인은 꼭 하고 싶었다면 자녀들에게 잃었어도 비밀로 했어야 되는 거죠. 물론 주식이 보이스 피싱이었다는 게 이 사건에서는 다소 맹점이긴 합니다만. 여하튼 부모 돈은 부모 돈이라 부모가 결정하는 것이고 그렇게 부모가 자녀 몰래 스스로 결정했으면 그 책임도 부모가 지는 겁니다. 다만 아쉬운 마음에 도움을 청할 수야 있겠습니다만.


저도 모친이 사망하기 전까지, 태어나서 지금까지 은행 계좌 번호 하나 본 적이 없고, 지금까지 일을 하셨어도 월급이 얼만 지도 들어본 적도 없어서, 사망 후 처음으로 모친 직장 가서 통장 받아보고, 근로관계 확인하느라 꽤 오랜 시간 소요했습니다.


제가 비영리 활동을 하니 혹시 근로관계에 문제 있는지 봐드린다 근로 계약서 보여 달라고 요청해도 모친이 극단적으로 거부했기 때문에, 직장 이름도 모친 사망 이후에야 주변에 전화 돌려서 알아냈고, 직장에서 근로계약서 받아낼 때는 직장에서 거부해서 경찰까지 부르고 난리 났었고요, 근로 공단도 사망 이후에야 찾아가 조건 확인했고 그런 상황이며, 이렇게 자녀가 모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니 보통 시간 걸리는 게 아니더군요. 부모가 말하지 않으면 자녀가 이를 알아낼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습니다.


그나마 제가 모친 이름으로 비영리법인 만들어 드려서 그리로 얼마 안 되는 돈 다 옮기고 비영리 활동하는데, 아직 모친 사망 원인조차 안 나와서 경찰 기피 신청이나 각종 민원이나 진정이나 뭐나 이런 사건은 차치하고, 엊그제 서울북부지법에 교통사고 관련 민사 사건 하나 접수했고, 곧 병원 응급실 상대로도 소송 접수할 거고, 그렇습니다.


부모 돈이 자녀 돈이라는 인식도 당연히 잘못된 거지만, 부모들도 자녀에게 쉬쉬하면서 몰래 했다가 잘못되면 자녀에게 찾아오는 것도 좋은 접근 방법은 아닙니다. 거의 한 달 반 이상을 모친 흔적 찾아다니느라 온몸에 멍울 잡히고 진짜 탈진까지 갔었습니다. 이 사건 은행 잘못을 밝히는 건 응원하지만 마치 모든 문제가 은행 하나에만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의 상속 제도, 부모 자식 사이 돈 문제로 쉬쉬하는 거, 형제간에 쉬쉬하는 거, 여러 복잡한 갈등이 섞인 사건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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