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수 없는 과거 20대가 삶의 기준이 되면 괴롭습니다.
지난 8년 반복 기소, 무죄 남발, 엄청난 잦은 패소, 강직성 척추염이나 만성 간염의 발발, 파산과 면책에 이어 얼마 전 모친의 갑작스러운 사망까지, 제 인생도 나름 굴곡이 심하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방송을 보면 너무 힘든 일을 겪은 분들이 참 많더군요.
불의의 사고로 신체 일부를 잃거나 마비가 오거나,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힘든 일과 함께 신체적 어려움까지 발생하며 엄청난 고통과 괴로움에 빠진 분들이죠. 그런데 이런 분들 중 일부는 다시 일어나는 걸 보면서 그런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저도 극 현실주의적인 면이 있어서 비관도 잘하고 비참도 잘하므로, 어떻게 하면 그 사람들처럼 극복을 할까 관찰을 해 본 겁니다. 따라서 저도 해봐야 되는 거죠, 이제부터. ^^
대부분 끔찍한 일을 당하거나 건강을 유실한 이후에 <돌아갈 수 없는 완전한 과거>를 지나치게 미화하는 분들은 지금 처한 현실의 고통에 침잠하는 경향이 있었고, <그 시절에도 이런 어려움은 있었다>고 말하는 분들은 어떻게든 극복하려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방송에서 극심한 우울증과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50대 여성의 경우 20대나 30대 시절 활발하게 여행 다니고 사람들과 어울렸던 모습을 그리워하며 낭패감을 느끼는 경향이 컸고, 반대로 20대와 30대임에도 어려움이 있었던 걸 인정하고 조금씩 개선하려는 여성분은 전혀 다른 지금을 보내고 있던 겁니다.
당연히 인간은 과거가 항상 아름답습니다. 현실로 겪을 때는 너무 힘든 것만 같아도 지나고 보면 과거처럼 아름다운 게 없죠. 게다가 40대를 넘어 50대에 들어가면 외모를 비롯한 신체 전반이 급격하게 노화를 겪으므로, 20대와 30대를 기준으로 지금의 자신을 보면 우울증은 기본으로 오는 것이고 자신감도 많이 사라집니다. 과학이 기적적으로 발전하지 않는 한 인간이 50대에서 20대나 30대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으므로, 결국 <돌아갈 수 없는 지점>을 삶의 기준으로 삼게 되면 만족감은 생길 수가 없죠.
과거에 나는 활발했는데, 과거에 나는 건강했는데, 과거에 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했는데, 과거에 나는 세련됐는데, 과거에 나는 이랬는데,
VS
지금 나는 살이 쪄서 맞는 옷도 없고, 지금 나는 병 때문에 움직이기도 힘들고, 지금 나는 남편 혹은 부인이 속을 썩여서 괴롭고, 지금 나는 돈을 다 잃어서 외롭고
이 구도가 되면 절대 지금에 만족할 수 없더라는 결론이 나오더군요.
지금 살이 쪘으면 여기서 내가 감량할 수 있을 정도만 설정해서 조금씩 빼면 되는 거고 (즉 돌아갈 수 없는 20대의 젊음을 경쟁 상대로 삼을 게 아니라), 지금 병에 들었으면 오늘 하루 건강하게 먹을 음식을 제대로 잘 먹는 걸 목표로 하면 되는 거고 (즉 돌아갈 수 없는 병들지 않은 20대를 기준으로 삼아봐야 달성은 안 되는 거고), 지금 남편 혹은 부인이 속을 썩이면 어떤 작은 갈등부터 해결할까 봐야 되는 거고 (결혼이 삶에 없던 20대를 그리워해 봐야 자신의 결정을 후회만 할 뿐이고) 지금 돈이 없다면 작게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거나 여러 기회를 알아봐야 되는 거고 (20대에 어떤 기회라도 알아서 주어졌던 시기와 비교해 봐야 비참함만 생기는 거고) 그렇더군요.
오늘에 감사하라는 명제와도 가깝긴 하지만, 그보다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자꾸 집착하고 그 시기와 경쟁하려 하다 보면 그 자체로 괴로움이 발생한다는 게 보이더라고요. 성형수술만 하더라도 지금 내 나이에서 가장 건강해 보이자는 실현 가능한 목표가 아니라, 20대로 보이자는 설정을 하게 되는 경우, 당연히 무리한 성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만족도는 떨어지는 게 당연합니다. 지금 가능한 목표를 하나씩 이뤄나가는 연습 이후에야 새로운 그 나이에 맞는 목표 혹은 자신만의 목표를 만들 수 있는 거 같더군요.
제가 나름 많은 사람들을 상대했을 때도, 가령 사법 피해자들 중에도, <과거에 내가 이런 인물이었다>, <내가 과거 원래 이런 사람이다>며 과거의 자신을 지나치게 미화하고 집착하는 분들은 대부분 오랜 사법 다툼을 이겨내지 못했고 어딘가 이상해졌습니다. 과거 아름다운 부분 속에 분명 고통도 있었을 것인데, 오히려 그 고통을 이겨낸 부분을 상기하고 아름다움에 침잠하지 않는 노력도 필요한 것인데, 그분들은 과거를 지나치게 아름답게만 보더군요.
그런데 이런 포스팅을 하면서 크리스마스에 국회의원과 검찰 상대 (고) 소장을 쓰고 있는 저 자신을 문득 바라보니, 저도 여전히 과거에 집착하는 걸까 생각해 보면, 저는 딱히 과거에 소송으로 마구 이겨본 경험에 의지한 것은 아니니, 과거를 미화할 게 없어 다르지 않은가 생각은 합니다. 그렇다면 혹시 리벤지 복수일까 생각해 보면 완전히 없다고는 할 수 없어도, 그렇다면 고통만 있었을 텐데, 그렇지만은 않거든요.
여하튼 크리스마스 잘들 보내시고요, 요즘 가끔 남성분들이 외롭다고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는데 아주 징글징글합니다. 제가 뭐 하는지도 모르고 막 보내는데 <다른 여성들에게까지 그런 추접 떨지 말라>고 제가 나름 경고 주면서 욕 해드리고 있어요, 욕 듣고 싶은 분들은 원 없이 욕 해드릴 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