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이유가 남아있다면 다시 만나도 같습니다

다시 만난다고 거짓말처럼 문제가 사라지진 않거든요

by 이이진

https://youtu.be/wO_lubzgpvI? si=j-OujJVIseUnS7 fH


어떤 일이나 사람에 미련이 남는 이유는 말씀하신 것처럼 그 끝을 못 봤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 사람과 결혼까지 갔더라면>, <내가 이 직장에서 대표의 지위까지 올랐더라면>이라는 가정이 실제가 되는 순간에 이르지 못했으므로, 아쉬움이 크게 남는 건데요.


저는 이런 감정이 들 때마다 그 과정을 떠올립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을 너무 좋아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그 사람과 진짜 결혼을 했더라면 어땠을까를 상정하고 일단 주변에 비슷한 경우를 찾아보는 건데요, 가령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대단한 유명인을 너무 좋아해서 결혼까지 했다고 가정하면, 그와 비슷한 유명인과 결혼한 다른 사람의 삶을 한 번 보는 거죠.


물론 사람은 다 각자 삶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감정이 다르고, 사정이 다릅니다만, 유명인과 결혼한 분들이 갖는 일종의 공통점, 대표적으로 사생활이 모두 공개돼야 하는 것 등등 (다른 사람들은 이혼을 하건, 별거를 하건, 가정 폭력을 썼건, 바람을 폈건, 아무도 모르지만, 유명인과의 결혼은 시시콜콜 언론에 보도가 되죠)은 피할 수 없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애써서 가족 사생활을 감추더라도 어떤 문제가 생기면, (좋은 일이 공개되면 기쁘겠지만, 인생이 어떻게 항상 좋은 일만 있겠습니까, 부끄럽고 추한 순간도 찾아오게 마련이죠), 때로는 모든 언론에 도배가 되고요. 이런 여러 다양한 가능성을 제외하고 오직 그 사람과 행복한 미래 만을 꿈꿨기 때문에 결혼을 못한 것에 아쉬움만 남는 거죠. 당시 이별을 결정한 데에는 필시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고, 그 이유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다시 만난다고 해서 아무 문제 없이 좋아질 수 없으므로, 굳이 후회를 가질 필요를 저는 모르겠더라고요.


인물이 너무 잘나서 인기가 많았다면 결혼을 한다고 그 인기가 사라질 것도 아니고, 돈을 잘 벌어서 주변에 사람이 많았다면 마찬가지로 돈이 없어서는 안 되니까 사람도 끊임이 없을 것이고, 부모가 완고했다면 결혼을 한다고 부모가 갑자기 부드러워질 것도 아니고, 술을 좋아했다면 결혼을 한다고 술을 당장 끊을 것도 아니기 때문에, 자신이 연애 당시 참을 수 없었던 부분이 완전하게 해소되지 않았는데 헤어지고 미련을 갖는 건 저는 일종의 집착이라고 생각합니다. ^^


또 성공에 있어서도, 사람은 성공하면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세상 어떤 인물도 성공하고 그대로 인생이 끝난 경우는 없습니다. (이 시기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분들도 있는 게, 그래서랄까요, 더 이상 유명해지고 싶지 않다, 뭐 이런, 너바나 커트 코베인이 대표적인데) 직장에서도, 일반 사원에서 팀장이 되고, 부장이 되고, 상무가 되고, 대표가 되는 것도 말할 수 없이 힘들지만, 대표가 되면 그 위치를 지키기 위한 온갖 사투가 벌어지고요, 한국도 아카데미에서 상만 받아라, 노벨상만 받아라, 빌보드를 점령해라, 온갖 기원을 하고 그 상이 나왔지만, 아마 상을 받은 분들은 또 다른 상황에 처했을 겁니다. <허무>도 하나의 상황이긴 하고요. ^^;;;;;


절대다수의 사람은 저 위치에 오르지 못하기 때문에 그 순간을 갖지 못한 것에 미련을 갖고 아쉬워하고 살아 갑니다만, 그 위치에 오른 사람을 만나보면 하나 같이 <삶은 절대 만만하지 않다>며 또 다른 고민이나 상황으로 생각이 많은 걸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삶에서 이미 지나간 것에 미련을 갖는다고 해도, 그 당시 그만뒀던 이유가 바뀌지 않는 이상 다시 시작한다고 달라질 게 없기 때문에, 이미 그것을 가졌다고 생각하고 그 미련을 바라보면 분명히 달리 보일 겁니다.


차라리 저는 헤어진 연인이든, 일에서의 성공이든, 이미 가졌다고 생각하고 그 단점까지 포용할 수 있을 정도가 됐을 때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보고요, 이게 오히려 나은 것 같기도 하더군요. 지금 의대를 꿈꾸는 초등학생들도 가족 중 누가 아프다고 며칠만 웅얼거려도 금방 짜증 나는 본인을 보면서, 그걸 쉬지 않고 하는 게 의사라는 인지에서 출발해야 된다는 거죠.


덧붙여서 미련을 넘어 납득할 수 없는 고통, 억울함, 분노 등 부정적인 감정이 해소되지 않고 그 원인을 알고자 한다면 피하기보다는 부딪히는 게 도움이 되긴 합니다.


저는 어떤 것을 포기하거나 그만 둘 때는 온갖 갈래를 생각해서 결정을 하는 편이고 그렇게 하고 나면 거의 미련은 안 남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보면 그 갈래 중 하나가 맞아지면서 더욱 미련이 안 남게 되죠.


성급하게 결정하거나 미리 결과를 속단하고 포기한 경우에 (즉 갈래를 보는 게 아니라 <이건 안 돼>라고 시도도 하지 않고 섣불리 속단하는 경우), 그 속단과는 다른 결과가 나오면 후회가 생기므로, (가령 저 남자는 이번 공무원 시험에 또 떨어질 거니까 헤어질 거야 했는데, 덜컥 헤어지고 붙는 경우처럼) 속단은 금물이고, 수많은 갈래를 상정한 뒤 자신이 견딜 수 있을까에서 시작하는 걸 권하고 싶습니다.


<이런 경우라도 내가 견딜 수 있을까>에서 <못 견딘다>가 나오면 그만둬도 후회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이 남자친구의 엄마를 내가 견딜 수 있을까, 만약 지금 상태에서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지?>를 스스로에 물은 뒤 <견딜 수 있다> 면 시작하는 거고, <모르겠다> 혹은 <힘들다>라면 포기하고 미련을 갖지 않는 게 나은 방법입니다.


<결혼하고, 애도 낳고 하면, 남자 친구의 엄마가 변할 거야>라는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 기대가 현실이 안 되면서 헤어지고 미련이 남는 건데, 저는 그런 가정보다는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지만 남자 친구의 엄마가 변하지 않을 경우, 내가 괜찮을까>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게 미련을 극복하는 가장 빠른 길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결혼하고 애도 낳으면 우리 둘 사이 이 문제가 없어지겠지> 막연히 기대했다가 전혀 나아지지 않아 고통을 토로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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