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을 도태로 한 행복은 불안합니다.
https://youtu.be/W6 NppDjDJXk? si=c6 aiVMGE4 ZeASJhl
근데 사실 한국 문화가 모성 희생을 다소 강요하는 문화가 있긴 합니다. 이미 어느 정도 발전한 해외에 나가보면, 한국에서 고령 여성들이 맡아서 하는 직업, 예를 들어 식당 조리, 서빙, 건물 청소, 호텔 정리, 간병, 간호, 가사 도우미 등등을 외국인이나 기타 다른 이민자들이 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육체노동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하거든요. 특히 조리는 남성들이 하는 나라가 대부분입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식당을 가면 나이 든 여성들에게 <이모~>라고 부르며 단지 호칭으로서 서비스를 더 받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해외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서비스를 받으려고 하면 좀 부당하게 보여서 <팁>을 줘야 되는 거죠. 저는 이게 한국이 갖는 일종의 특수성이라고 봅니다. 모성과 어머니에게서 <여성성>을 박탈하고 <모두의 어머니>, <모두의 이모>가 되는 문화랄까요.
반대로 고령 여성들이 질서를 지키지 않거나 무례한 것에 대해서도 한국 사회가 대단히 포용적인 이중성을 갖고 있죠. 예전에는 지하철을 타면 남성들이 다리를 벌리고 앉거나 시끄럽게 구는 등 무례한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임산부 자리에 고령 여성들만큼은 당당하게 앉을 수 있는 모순을 갖고 있고, 본인이 힘들다고 새치기를 하거나 밀치고 다니는 등 질서 의식이 부재해도 섣불리 누군가가 이를 지적하기가 어렵습니다.
오히려 육체노동이라 더 주의를 해야 하는 일에서 전문성이 다소 떨어져도 마찬가지로 지적당하지 않게 되고, 뒷정리 잘 못하고 그래도 그런가 보다 넘어가고 그렇죠. (저는 작업자 본인의 안전이 위험해 보이면 고령 여성이라도 지적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반발이 커요. 본인들을 걱정해도 그걸 수긍하지 않습니다.) 고령 여성들에 대해 <삶 자체가 어머니로서의 희생을 강요 당해 안타깝다>라는 무언의 인식이 한국 사회 전반에 있다고 봐야 되는 거죠. 여기서 완전히 자유로운 한국인은 없을 정도라고 보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이 경로가 지금 세대 여성들에게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혜화동 서울대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갈 때 초등학교를 지나가곤 하는데, 하교 시간이 되면 엄마들이 교문 앞에 진을 치고 있다가 애들이 나오면 바로 가방을 받아 들고 수족처럼 행동합니다. 법원 근처 그러니까 서초동을 가도 영어 유치원 마칠 시간이 되면 엄마들이 모두 진을 치고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가 자신은 운전석에 그리고 아이는 뒷자리에 고객처럼 앉아, 아이는 가방을 던져 놓죠.
제가 아이가 없어서 뭐라 말을 못 하겠지만, (이런 분들은 너도 아이가 생기면 그렇게 된다는 논리를 펴기 때문에 ^^;;;;;), 여하튼, 아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운 가방은 주면 안 되고, 아이 본인이 멜 수 있으면 끝까지 책임지게 해야 된다고 보고요. 초등학교 앞에 가면 엄마들이 서로 자기 애들 가방 쟁탈전을 하고 있어서 매번 놀랍니다. 특히 저는 제 모친이 좀 쌀쌀맞은(^^;;;) 성격이고, 저 아주 어려서부터 일을 해서, 한 번도 모친이 학교에 마중 나온 적도 없고 제 가방을 모친이 들어본 적도 없다 보니까, 제 눈엔 너무 신기한 거죠.
예전에 제가 서초동 거리를 걷는데 한 여성이 자기 아이를 태우겠다고 인도로 와서 주차를 하다가 저와 부딪힐 뻔한 적이 있어서 제가 <본인 아이가 소중하다고 남을 이렇게 대우해도 되냐고?!> 화를 내니까, 심지어 차로 저를 따라오면서 고함지르는 여성도 봤습니다. 무척 좋은 차였던 거 같은데, 아이는 뒷자리에서 그런 엄마에게 눈길 한 번 안 주고, 게임만 하더군요. 아이를 제대로 키운다는 건 사회의 질서를 알려주고, 남을 존중하고, 적어도 엄마가 힘들어 보일 때 관심 정도는 갖게 하는 거라고 보는데, 말입니다.
뭐랄까, 한국 사회 전반에서 어머니가 되는 순간 자신의 삶이 없어지고 모든 게 아이 위주로 돌아가면서 결과적으로 아이가 어른이 됐을 때 어머니 자신의 삶은 완전히 사라지다 보니까, 아이도 독립이 늦어지는 안타까운 결과가 나온다고 봅니다. 부모의 희생을 받아들이는 순간, 아이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보다는 부모의 만족을 위해 정해진 인생을 살아야 하고, 만약 그 정해진 인생에서 성공하지 못할 경우, 부모의 희생도 갚지도 못했고 자신이 원하는 삶도 이루지 못했다는 강한 낭패감에 사로잡히거든요.
지금 초등학교 의대 준비를 하는 애들의 경우에도 분명 엄마들이 자신의 생활을 모두 버리고 좋은 학원, 좋은 선생님 정보를 찾아다니고 있을 거고, 아이 옆에서 시시각각 감시하고 있을 텐데, 그렇게 되면 거의 15년의 세월을 아이뿐만 아니라 어머니도 희생을 하는 거고, 그 시기는 어머니에게서도 가장 젊고 아름다운 시기일 텐데, 만약 서울대 의대를 못 간다고 하면, 아이도 엄마도 너무 불행해지니까, 점점 더 필사적이 되면서 굴레에 빠진다고 보고요.
지금 고령 여성, 어머니의 희생에 대해서 발끈하면서 어머니에게 이용당했다고 하는 분들도 스스로를 보면 자신은 또 다른 방식으로 자녀에게 어떤 희생으로서 압박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아이가 생기는 순간 너무 모든 삶의 방식을 아이에게 맞추고 음식도 맞추고 시간도 맞추고 오로지 아이의 성공을 위해 희생하는 것도 아이가 자랐을 때 너무 힘들긴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의 희생을 등에 업고서 행복한 삶을 산다는 건 제가 보기엔 불가능한 거 같아요.
과거에는 가정 폭력을 일으키는 부친으로 인해 생활력 강한 여성들이 남편에 대한 울분을 자녀에게 풀고 자녀가 이런 어머니의 희생을 부담으로 살고 있다면, 지금의 여성들도 자녀의 미래에 너무 과한 투자를 하면서 자신의 현재를 무리하게 희생하는 방식으로 마찬가지로 자녀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자녀가 어떤 일을 하더라도 이미 지나간 부모의 희생을 갚을 수 없으므로 인한 본능적인 죄책감이 너무 괴롭다면, 자신은 지금 어떻게 자녀를 키우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덧붙여서 저는 모친과 부친이 심각하게 갈등할 때 바로 맞서서 모친 입장에 섰고, 모친에게 <친구 집에서 살겠으니 힘들면 이혼하라> 진심으로 권유하였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친은 저에게 집에서 나갈 것을 요구해 대학 시절부터 반독립 비슷하게 살다가, 대학 졸업하고서는 거의 독립해서 모친이나 저나 서로의 생활을 터치하지 않게 제가 선을 그었습니다.
모친도 성격이 다소 차갑다 보니까 저에게 자기 생활을 얘기하지 않는 편이라, 이런 경향이 다행히 맞았었는데, 어떤 친구들은 모친이 이런 성격이면 굉장히 서운해하더라고요. <우리 엄마는 너무 냉정해~ 아들만 예뻐해~> 이런 경우도 많고. 저는 모친이 너무 많이 얘기를 안 해줘서 모친 사망 후 최근 좀 충격을 받는 정보를 얻게 됐긴 한데, 여하튼. 아주 충격 비슷하게 있는 상황이랄까요, 여하튼.
모친만 자녀에게 희생적인 게 아니라, 자녀도 막상 중요한 결정을 스스로 못하고 부모에게 의존하거나 더러운 일을 맡기는 경우도 상당하기 때문에, 어느 순간 보면 부모와 자녀가 서로 얽혀서 그렇게 살고 있다 보니까, 이게 (부) 모친이 그렇게 키운 거라고는 해도, 저 나이 성인이 아직도 저렇게 부모에게 일을 맡긴다면 저 성인도 문제가 있구나, 생각될 때도 있습니다. 요는, 이미 고령의 어머니를 바꾸기는 생각보다 어려우므로, 본인들이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지 한 번 돌아보는 게 저는 더 필요한 거 같습니다.